척추수술 급증.."의사가 봐도 너무해"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8.11.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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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척추수술 보고서'

척추수술을 주로 하는 의사 3명 중 2명은 '척추수술이 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에 따른 유병률 증가와 신의료기술 도입 등이 가장 많은 이유로 제기됐지만 의사의 수술유도 때문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척추수술 평가지표 개발을 위한 현황 및 추이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총 222명의 척추수술의사를 대상으로 국내 척추수술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55.7%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12.9%가 '매우 많이 시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총 68.6%의 응답자가 척추수술이 과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보통이다'라는 응답은 29%, '적게 시행되고 있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으며, '매우 적게 시행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국내 척추수술 건수가 많다고 응답(중복응답 가능)한 의사들은 그 이유로 고령화에 따른 유병률 증가(77.3%)와 신의료기술의 신속한 도입 (64.9%)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환자들의 신속한 증상완화 요구(49.8%)와 의사의 수술유도(43.8%) 때문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어 꼭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수술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수술 건수가 증가와 함께 합병증 발생율도 높아지고 있었다. 응답자 중 62.6%가 '합병증 발생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으며, 발생했다고 응답한 의사들의 평균 합병증 발생 건수는 3.9건이었다.

합병증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수술 후 부적절한 환자관리(44.4%), 부적절한 수술시행(35.6%), 부적절한 수술 적응증(27.8%), 병원환경 문제(17.6%), 환자의 다른 내과적 문제(15.6%), 부적절한 치료재료의 사용(8.8%) 등이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행해진 척추수술 총 건수는 2004년 10만2251건, 2005년 13만482건, 2006 14만9525건이었다. 총 진료비는 2004년 1956억4900만원에서 2005년 2576억4200만원, 2006년 3179억5600만원으로 매년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척추수술 건당 입원일수는 14.8~14.9일로 입원 건당 진료비는 평균 300만원 전후였다.


수술을 시행한 진료과는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내과 순이었다. 단 3년간 신경외과에서의 수술건수는 59.4%~64.3%로 증가했지만 정형외과는 37.8%~32.7%로 감소했다.

특정병원으로의 쏠림현상도 심했다. 척추수술로 인한 입원청구가 연 500건 이상인 의료기관은 총 48곳으로 그곳에서 총 5만202건의 입원환자를 소화하고 있었다. 전체의 49.6%에 달하는 규모다. 상위 5%의 의료기관에서 절반 가까운 척추수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국내 척추수술 건수는 3~4년 사이 두배가까이 증가했지만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시술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건수와 추이 외에는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연구필요성에 대해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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