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자' 부럽잖은 보금자리 '임대주택'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8.10.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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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신혼부부 등 저연봉 무주택자 '안성맞춤'

집값이 떨어졌다는데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결혼이 코앞인데 내 집 마련은커녕 변변찮은 전셋집 구하기도 쉽지 않다. 집 걱정에 여념이 없는 이들에게 신혼의 단꿈을 설계할 곳은 없을까? 임대주택을 공략한 K씨의 사례를 통해 답을 찾아보자.

올해로 33세인 K씨는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신혼집 마련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K씨의 연봉은 2500만원. 수차례 이직을 경험한데다 경력관리도 허술해 연봉 수준이 또래에 못 미친다.



그는 현재 모아둔 재산도 많지 않다. 평소 씀씀이가 크지 않지만 어머니 위암치료, 여동생 결혼 등 뜻하지 않는 돈이 자주 들어갔다. 지금 K씨의 수중에 있는 돈은 3000만원.

K씨는 회사가 위치한 용산 인근에 전세를 얻으러 다녔다. 청파동, 염리동, 아현동 등 소위 집값 싸다는 지역을 모두 둘러봤지만 상상 이상의 가격대다. 그래도 신혼인데 어두운 지하 방에서 시작하기엔 신부 볼 낯이 안 선다. 고민에 빠졌던 K씨, 청약저축도 없던 그는 임대주택이라는 카드 덕분에 집 문제를 한방에 해결했다.
'강부자' 부럽잖은 보금자리 '임대주택'


◆연봉낮는 무주택자, 임대주택을 노려라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용인의 소형 아파트였다. 그의 돈 3000만원으로 용인 입성은 어림없는 소리지만 임대주택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최근 경기도지역으로 미분양 임대아파트가 넘쳐나면서 용인의 무혈입성이 가능했던 것.

그는 540만원의 계약금으로 용인 흥덕지구 A2블럭 80㎡(전용 46㎡) 국민임대주택을 얻었다. 내년 3월까지 내야하는 2190만원의 잔금도 문제없다.

K씨는 매달 18만6000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주택공사에서는 입주자들의 임대료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월 임대료 경감비율을 정했다. 100만원당 월 6660원이다.


만약 1000만원을 임대보증금으로 추가 예치하면 월 6만6600원의 임대료를 할인받는다. 월세에서 보증금을 높이면 월 납입금이 줄어드는 식이다.

K씨는 영세민전세자금대출을 받을 계획이다. 영세민전세자금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지자체의 추천을 받은 연 소득 3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에게 연 2%의 금리우대조건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K씨는 1900만원을 대출받아 월 임대료를 6만원 정도만 낼 계획이다.



단독세대주가 아니면서 재산세를 5만원 이상 납부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영세민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기 어렵다면 근로자서민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자. 금리 연 4.5%로 대출기간은 2년씩 최고 6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며 전세자금의 최고 7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농협,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에서 취급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에 따르면 올해까지 양주 고읍지구 등 5만8633가구가 국민임대주택으로 지어진다. 입지가 뛰어난 단지는 많은 수요가 몰리겠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일반아파트에 버금가는 좋은 단지가 미달되는 경우도 있다. 임대아파트의 입주를 노리는 수요자라면 수시로 주택공사 홈페이지의 입주자 모집공고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 입주해보니 ‘괜찮네’



“깨끗하고 넓은 새로운 우리집을 가족 모두가 너무 사랑한다. 작은아이는 142㎡(43평) 수진이네 집보다 훨씬 좋다고 자랑을 하고 다닌다. 게다가 큰 아이는 이사 온 후로 발달상태가 매우 호전됐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아이가 집중력도 좋아지고, 동화책도 읽고 쓰기 시작한다. 생활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말만을 되뇔 뿐이다. 집이 좁아서 감히 엄두도 못 내었던 '초대'들도 시작돼 3개월 동안은 손님맞이로 주말엔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런 피곤함까지 사랑스러웠다.”

임대주택이 달라지고 있다. 국민임대주택 입주자 수기공모전에서 당선된 한 주부의 이야기는 임대주택의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주택도시연구원은 국민임대주택 24개 단지에 거주하는 1000가구를 대상으로 주거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4.1%가 평균 이상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만족 이유로는 58.6%가 이사걱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24.0%는 좋은 주거환경을 꼽았다.



불편한 교통, 편의시설 부족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지만 전반적인 만족도는
긍정적인 편이다.

지난해 9월 의왕 청계지구의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한 직장인 윤모(30)씨는 이른바 ‘강부자’가 부럽지 않다. 깨끗한 주거환경과 아름다운 조경물을 보고 있자면 강남의 어떤 아파트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처음에는 국민임대주택이 노후하고 불량한 주거단지라는 선입견 때문에 망설였던 것이 사실. 하지만 입주하고 나서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윤씨는 “임대주택이 교육환경도 나쁘고 청결문제나 관리문제가 많다는 선입견때문에 고민했는데 입주하고 보니 너무 좋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임대주택의 입주를 권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나를 ‘임대주택 전도사’냐고 말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강부자' 부럽잖은 보금자리 '임대주택'
◆국민임대, 더 좋아진다

국민임대주택의 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건설교통부 시절인 지난해 12월 새로운 형태의 주택평면을 개발해 곧 시장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가족 구성원이 다양하게 변화함에 따라 독신자, 맞벌이 부부, 고령자의 주거환경에 맞는 설계를 국민임대주택에 도입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독신자형 아파트는 SOHO(Small Office Home Office)의 기능을 갖춘 복합 주거공간이다. 맞벌이형 아파트는 거실공간을 확대하고 화장실 개방형 주택으로 만들 계획이다. 고령자형 아파트는 보행 편의를 높이기 위해 현관 전면부 공간을 넓히고 보조의자를 설치하는 한편 미닫이문을 설계하는 등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최초로 적용되는 곳은 고양삼송지구와 인천가정지구가 될 전망이다. 당초 올해 예정됐으나 내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년 이후에는 입주민의 선호에 따른 평면 배치를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조정이 있어 미뤄졌을 뿐 사업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지속적인 품질 개선을 통해 입주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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