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내아이 머릿속의 '중금속'

이서경 푸른소나무소아정신과 원장 2008.10.1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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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고등학생인 형민(가명)이는 집중이 안 되고 머리가 무겁고 무기력하며 쉽게 짜증이 난다는 문제로 병원에 찾아왔다. 면담과 심리검사에서도 약간의 무기력, 피곤감 등 이외에는 특이 사항은 없었다. 그런데 머리카락을 통한 체내 중금속 미네랄 검사를 하자 납이 기준치보다 많이 검출됐다.

구리도 기준치 이상이었고, 피검사에서 빈혈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은 낮게 나왔다. 구리와 납이 기준치보다 높아서 철 흡수를 방해하고 여러 미네랄이 부족해져 납 배출이 원활해지지 않아 납이 더욱 축적된 것으로 보였다.



형민이가 보여준 증상의 원인은 납이 체내에 과잉 축적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었다. 형민이의 생활 환경을 분석해서 납에 노출될 만한 인자를 교정했다. 형민이는 병원에 다녀간 이후로 자동차가 지나갈 때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아빠도 담배를 끊었다. 살충제, 염색약, 금속 광택제, 페인트 등을 멀리해 노출을 피하기로 했다. 또 납 과잉 축적 치료에 도움이 되는 철, 비타민 C, 아연, 칼슘 등의 미네랄을 음식과 영양제를 통해 보충하는 등의 노력으로 도움을 받았다.

최근 멜라민 과자 등으로 전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국내 놀이터 조사를 했는데 모래에서 중금속이 검출되고 방부 처리된 목재에서도 비소가 나왔다. 아이들의 먹고 노는 생활 환경 속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 그 동안 대기나 수질 등의 환경 오염에 대한 경고가 많이 있었지만, 우리가 피부로 맞닿는 거의 모든 생활에서 오염의 압박이 촘촘해졌다는 것이 더욱 불안감을 준다.



우리 몸에 들어온 중금속은 우리의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정상적인 대사가 진행되지 못하게 하며, 각종 신진대사에 필수적인 미네랄의 체내 역할을 방해한다. 뇌에 영향을 미치는 중금속은 정신과적인 문제와 증상을 유발할 수가 있다.

특히 위의 형민이 사례처럼 납은 생활 주변에서 낡은 수도관, 페인트, 저질 장난감, 간접 흡연, 배기가스, 비료, 황사 등으로 인해 체내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중금속이다.

납이 축적된 아이는 지능지수(IQ)가 낮아지고, 주의력이 부족해지며 충동적이고 산만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여러 국내외의 논문에서 밝혀지고 있다.


또 초기에는 피로감과 두통, 무기력 등의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지만, 노출이 장기화될수록 기억력 저하, 과격한 행동, 급격한 감정변화 등의 정신적인 영향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미세한 양에서도 영향을 크게 받는 어린이에게는 납으로 인한 학습 장애, 공격적인 행동 장애, 발작, 지능 감퇴 등이 생길 수 있다.

납 이외에도 비소, 베릴륨, 카드뮴 같은 담배 연기 속의 중금속은 만성 피로, 두통, 식욕부진, 우울증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가정에서 흔히 쓰는 알루미늄 호일이나 주방기구에서 묻어 나오는 알루미늄도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기억력 감퇴, 치매, 언어 장애 등의 정신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아이가 최근 들어 예전과는 다른 증상을 보인다면 중금속 등의 유해 인자에 노출된 정도를 모발 검사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노출 위험 인자를 최대한 피하고, 균형 잡힌 영양으로 중금속의 체내 축적을 최소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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