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자전거…유행처럼 번진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8.10.2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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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기획]자전거전성시대

“요즘 같은 불황에도 2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뿔났다'는 장바구니 위기시대. 그래도 보기 드물게 재미를 보고 있는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가 자전거다.
떴다! 자전거…유행처럼 번진다


올 여름 온라인 마켓에서 자전거 관련 상품은 두드러진 판매성장을 기록했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간 헬멧, 장갑 등 자전거 안전용품과 관련상품이 전년대비 94%나 더 팔렸다.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용 기능성 의류는 하루 평균 1500벌, 자전거 보호장구는 5100여개가 판매됐다.

옥션은 올해 상반기 히트상품으로 자전거를 4위에 선정했다. 다른 인터넷 마켓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부분의 쇼핑몰은 자전거 및 자전거 관련 상품에서 20% 이상의 판매 호조를 보였다.



지난 9월22일에는 창원시에서 직접 돈을 내 전 시민을 자전거보험에 가입시켰다. 창원시에 주민등록만 돼 있으면 사고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물론 시민들은 한푼의 보험료도 내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자전거 도시답게 창원시가 가장 먼저 나서 시민을 위한 자전거보험을 시행한 것이다.



각 지자체의 자전거 사랑은 경쟁적이다. 부산시는 온천천 주변과 수영강변의 자전거 도로를 잇고, 대중교통과의 환승체계(Bike and Ride) 구축을 위해 보관소 설치를 확대키로 했다. 울산시는 동구 양지초등학교 등 2개교를 자전거타기 시범학교로 지정했다.

대구시는 자전거 타기 붐 조성을 위해 자전거로 지구 한바퀴 타기 마일리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전시는 관내 음식점 등 866개소를 선정해 자전거를 타고 온 고객에게 할인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자전거 타기가 크게 유행하면서 자전거 시장은 단순히 '자전거'만을 판매하는 시장에 머물지 않고 있다. 각종 액세서리, 안전용품에 이어 보험이라는 금융업에까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미니벨로의 시대가 오나

‘유가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자전거 뿐’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자전거는 초고유가 시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요즘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환승이 가능한 미니벨로의 인기가 돋보인다.



미니벨로란 작다는 뜻의 mini와 자전거의 프랑스어인 velo가 합쳐진 말로 바퀴의 지름이 20인치 이하인 자전거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통상 접이식 자전거를 지칭한다. 미니벨로의 강점은 환승에 편리하다는 점이다.

떴다! 자전거…유행처럼 번진다
현재 코레일을 비롯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중량이 32kg이거나 길이, 너비, 높이의 합이 158cm 미만인 물품만 휴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를 가지고 열차에 탑승할 수 없다. 다만 접이식 자전거에 한해 전동차에 탑승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미니벨로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집이나 회사가 지하철역에서 거리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미니벨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니벨로를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윤진호(33·가명) 씨는 “왕십리에서 회사인 강남까지 출퇴근하는데 50분가량 걸렸으나 미니벨로를 이용하면서 35분으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자전거 대중교통 환승 '산넘어 산'

미니벨로라고 해서 모든 대중교통 시설물을 무사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유독 인천공항철도는 자전거를 들고 탑승할 경우 바퀴를 모두 분리하고 가방에 자전거를 넣는 수고(?)를 거쳐야 가능하다.



인천공항철도 관계자는 “자전거용 가방이 없는 승객이 많아 10월부터 각 역마다 5개씩 비치했다”면서 “다른 철도로 환승할 경우 인천공항철도에 가방을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버스에도 일반 자전거는 물론이고 미니벨로를 가지고 탑승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나 시내버스운송사업약관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의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급정거 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될 우려가 있을 경우 ‘버스기사의 판단’에 따라 탑승이 거부될 수 있다.

급발진 등 버스 운행에 있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모든 책임이 버스기사에 있는 만큼 자전거를 들고 탑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자전거 전도사’로 알려진 김태원 한나라당 의원은 10월6일 자전거 7대 해법이라는 제언을 통해 ‘대중교통시설에 자전거 탑승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관대 유명무실 ‘0.7초면 끝’

서울시내 자전거 보관대는 지난해 5월 기준 2694개소 7만4767면이다. 굳이 자전거를 대중교통시설에 탑승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넌센스에 가깝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중교통 탑승 주장이 수긍이 간다.
떴다! 자전거…유행처럼 번진다
“10월8일 서울의 한 환승센터 자전거 보관소. 몇년 동안 자리를 지켰을법한 낡은 자전거 20여대가 먼지를 입고 방치돼 있었다. 바퀴가 없어진 녀석에서부터 안장이 사라진 녀석, 자물쇠에 매달린 앞바퀴만 있고 몸통은 사라진 녀석 등... 성한 자전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한 개인 블로그의 글)



문제는 분실이다. 자전거를 보관대에 두고 잠금장치를 한다 하더라도 분실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시민들이 이용하기를 꺼린다.

김상도 OMK자전거 이사는 “0.7초면 된다”고 말한다. 어떤 시건장치도 해제하는데 불과 1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축공사현장에서 쓰이는 철근절단기가 주로 범죄 도구로 쓰인다.

김 이사는 “미니벨로가 인기 있는 이유도 휴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절도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자전거 보관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난사건이 급증하자 잠금장치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바퀴만 훔쳐가는 절도행위를 막기위해 U자형 자물쇠가 생겼는가 하면, 자동차에나 있을법한 도난방지 경보기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범죄수법 교묘해져

잠금장치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절도나 사기사건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고주혁(39·가명) 씨는 지난달 160만원짜리 자전거를 몰고 한강변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도중에 물을 마실 요량으로 잠시 멈춰있는데 40대쯤 됨직한 아주머니가 접근했다. ‘좋은 자전거 같은데 한번 타 봐도 되겠느냐’는 요구에 ‘한번 타보시라’며 내주었다.

한바퀴 돌고 오겠다던 아주머니는 두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자전거를 놔두고 고씨의 자전거를 탄 채 줄행랑을 친 것. ‘설마 아주머니가’라는 방심이 큰 화를 불렀다.

자신이 타고 온 자전거와 바꿔치기 하는 수법이나, 일부 부품을 분리해 가져가는 수법 등 최근 자전거 절도 범죄가 날로 대범해지고 있다.



떴다! 자전거…유행처럼 번진다
온라인시장에서도 자전거를 놓고 사기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자전거 거래시장인 바이크셀에서는 연일 사기꾼 피해사례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t○○○○○' 아이디를 쓰는 한 회원은 “중고자전거 거래를 위해 선입금을 했는데 판매자가 잠적했다”면서 “알고 보니 상습적인 사기꾼한테 당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따라서 개인의 자전거 관리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가 자전거는 절도의 표적이 되는 만큼 이동용 수단보다는 레저용으로 즐기는 편이 낫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절도사건도 크게 증가했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만큼 소유자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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