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가 유독 많이 떨어지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0.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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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는 수출주도 경제에 타격…엔 급등도 원인

10일 일본 도쿄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장중 한때 11% 이상 하락하는 등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증시 급락에도 불구, 엔화는 급등하는 엇박자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엔화 급등은 글로벌 금융시장 붕괴에 따른 캐리트레이드 청산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의 이 같은 강세는 일본 증시의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들은 공조를 통해 금리인하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부실 우려와 깊어지는 경기침체 그늘은 지속적으로 증시 폭락을 유발하고 있다. 금리인하는 이미 선반영된 요인이었기 때문에 증시에서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기를 타개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G20, G7 등 긴급 대책 회의들이 줄줄이 열릴 예정이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회의에서도 뾰족한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등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지주'격인 일본 증시가 최근 겪고 있는 충격은 더욱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행(BOJ)이 이미 0.5%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금리인하도 할 수 없다. BOJ는 그렇기 때문에 지난 3주간 총 27조엔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는 등 유동성 공급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유동성 공급에도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경제의 회복은 요원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경제학자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기침체는 일본 수출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원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어 한국 제품과 경쟁하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한국 원화 가치를 지지하도록 정부가 나설 것을 암묵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 8일 9.38% 떨어진데 이어 10일에는 장중 한때 11%가 넘게 폭락했다. 오전 10시 7분 현재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보다 8.88%(813.23엔) 하락한 8344.26을 기록 중이다. 이날 한때 11.38% 하락한 8115.41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닛케이가 90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03년 6월 이후 처음이지만 이날 하룻동안에만 9000을 뚫고 내려가 단숨에 8000에 가까이 내려갔다.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이 10% 폭락하는 등 금융주의 하락이 특히 심하다.



이하라 요쿠 리텔라크레아 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자금시장이 질식 직전에 놓였다"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려고 하도 현금이 없다"고 지적했다.

엔은 일본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캐리트레이드 청산 영향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시간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3% 하락한 99.48엔을 기록 중이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증시 폭락 영향으로 그동안 캐리트레이드 방식으로 투자해오던 고수익자산에서 자금을 빼 엔화 대출을 갚기 시작했다. 이는 엔화 급등을 유발하고 있다.

아미쿠라 히데키 노무라 트러스트 외환책임자는 "현재 금융시장의 가장 큰 추세중 하나는 캐리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엔 매입"이라며 "신용경색이 금융부문에서 기타 실물부문으로 확산되면서 외환 트레이더들도 더 이상 위험을 감내하기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때 엔/달러 환율은 98엔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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