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FRB항복' 요구하는 도박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0.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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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G20회담 대처방안 일말기대...중국ㆍ중동국부펀드 주시

뉴욕증시가 7일 연속 하락하는 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금리인하 동참에도 불구하고 다우와 S&P500 지수가 7%대 폭락세를 나타냈다.

백약이 무효다. 증시를 제어하기 위해서 또 다시 어떠한 대책을 내놓아야할지 참담한 상황이다. 공매도 금지조치가 3주만에 해제되면서 시장은 또 한번 투매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루짜리 리보금리는 5%대를 유지했고 1개월물과 3개월물 리보는 각각 4.51%와 4.75%로 상승하며 이틀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공포지수로 일컬어지는 S&P500 변동성지수(VIX)는 64.92%까지 폭등했다. 나스닥변동성지수(VXN)은 무려 70.49%까지 치솟았다. ㆍ



전날 1485원까지 폭등했던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처럼 하늘 모르고 오르는 모습이다. 돈이 말라버린 상황은 서울외환시장이나 글로벌 외화자금시장이나 마찬가지다.

이젠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이격도나 PBR(주가순자산배율)같은 기본적인 주가 분석기법의 효용성마저 상실된 마당에 지지선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다.

결국 공포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증시는 누군가의 항복을 요구하는 것으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그 항복은 현재 미국 정부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세계 최강의 정부이자 현 글로벌 자본주의의 핵심인 미국 정부가 손을 놓기를 바라는 것은 목숨을 건 도전이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3원 폭락한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도 지나치면 자동 제어되는 법이다. 더 이상 뜰 때가 없을 때까지 리보금리와 변동성지수가 오르거나 주가가 빠질 곳이 없을 때까지 떨어지면 언젠가는 방향이 바뀌게 마련이다.
그 시간이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난다면 문제겠으나 최근처럼 초단기간에 갑작스레 발생한다면 오히려 반전 모멘텀 부여의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일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정리는 구제금융이 실제 투입되는 시점에서 얽힌 실타래가 풀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간의 문제인데 미대선(11월4일) 전까지는 공적자금 투입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긴급 G7이든 G20든 각국 정상이 만나 강도 높은 통일된 대처방안이 마련된다면 그 이전부터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중국과 중동의 국부펀드가 금융기관 인수에 참여하거나 문제된 상업은행에 대해 정부가 새로운 공적자금을 통해 국유화하는 조치가 시야에 들어오면 금융위기는 풀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적 지표는 극단적인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가격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최근 코스피지수 52주 등락율은 -36%로 81년 이후 등락율 하위 4.2% 수준에 위치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은 45.8% 폭등세 속에 상위 2.8%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향후 코스피가 현재 수준보다 더 하락할 확률이 4.2%, 원/달러 환율이 현재보다 더 상승할 확률이 2.8%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극도의 언더슈팅, 원/달러는 극도의 오버슈팅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매수나 주식 매도는 답이 아니다. 이미 늦었고 사후적으로 볼 때 바닥수준에서 주식을 처분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고통을 참고 중장기로 투자기간을 늘려 접근하면 값싼 주식이 즐비하다. 이번 하락 사이클이 아닌 차기 상승 사이클을 겨냥한다면 옥석 가리기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삼성 오파트장은 "차기 사이클을 목표로 한다면 반도체와 자동차가 여전히 대안이다"고 꼽았다.
반도체 업종은 더 이상 악화되기 힘든 극한적인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에 일련의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 후발업체간 인수합병 움직임이 중기적인 주가 반등의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며 자동차는 환율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턴어라운드 조건을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날 코스피시장에선 건설, 증권, 자동차, 전기전자가 주도주였다. 미증시 폭락으로 또 한번 주가가 밀리겠지만 시장은 이미 주도업종을 정확히 알기 시작했다.
주도주의 부각은 증시가 끝나는 국면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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