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만 해도 해외펀드는 고수익을 낳는 황금알이었다. 특히 중국펀드 1년 수익률이 130%를 넘어서자 '○○차이나펀드'는 투자 좀 한다는 이들이면 누구나 가입해야 할 필수 상품이 돼 버렸다.
그러나 지금 해외펀드 이야기만 나오면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숨부터 나온다. 인터넷 투자 사이트에는 "운용사는 뭐하는지 모르겠다", "M 운용사 수수료는 세계 최고, 수익률은 최악"이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렇게 되자 해외펀드 비중이 높은 외국계 운용사들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해 열광적인 인기 뒤에 오는 후유증이다', '투자자들에게 100년에 한 번 오는 위기인 동시에 투자 기회라고 설명하고 있다'지만 신규 자금이 메마른 건 운용사로서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은 정부가 최근 환율 급등의 주범으로 해외펀드를 거론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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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운용사 마케팅 관계자는 "환율 급등에 대해 '설(說)'만 있지 그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펀드를 지목하는 건 억울하다"며 "환헤지는 투자자들이 선택한 투자 방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1000원을 웃돌던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지면서 환헤지를 안 하는 펀드는 판매할 수 없었다"며 "당시 본사에선 한국 투자자들이 환헤지 펀드만 찾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정부가 해외펀드에 양도차익 비과세 혜택을 부과해 해외펀드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B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펀드가 덩치가 커진 것도 정부가 달러 밀어내기 차원에서 해외펀드 양도차익에 비과세 혜택을 줬기 때문"이라며 "당시 환헤지 문제는 생각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 해외펀드를 몰아붙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상황으로 해외펀드 시장 자체가 얼어붙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청담점 PB는 "이미 해외펀드의 손실을 참다 못해 환매한 투자자 중에는 시장이 안정되면 국내펀드에 가입해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이들이 많다"며 "한 발 앞서 간다는 강남 투자자들이 외면하면 해외펀드 시장도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