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잇단 외자유치 "역시 큰손"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10.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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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80억달러 외자유치할 듯… 외환·금융시장에 단비

국민연금이 외자를 잇따라 유치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큰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외 유명사모펀드로부터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추가로 30억 달러의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에서 유치한 대규모 투자자금이 앞으로 국내에 투자되게 됨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9일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이면서 해외자금줄이 탄탄한 엠비케이 파트너스로부터 20억 달러 규모 외자를 국내 유치키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민연금은 전날 미국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오크트리와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추가로 30억 달러 외자유치를 위해 미국 국적의 사모펀드사와 협상중이다. 추가 투자유치에 성공하면 총 80억 달러가 국내 시장에 투자된다.

최근 국민연금이 투자를 유치했거나 유치를 추진중인 상대방은 모두 사모펀드들이다. 이에따라 주식투자 보다는 인프라시설, 기업 투자,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가 나빠져 국내자산가격 하락이 더 진행돼 매력적인 저가매수 기회가 생길 경우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경우 꽁꽁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유치한 외화자금이 당장 국내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이 발표한 외자유치금액은 최대로 투자받을 수 있는 약정규모다. 실제 자금 투입시기는 국민연금과 협의를 통해 투자대상이 확정된 이후 정해진다.

하지만 외화자금 부족 우려로 환율 폭등이 이어져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앞으로 국민연금을 통한 대규모 자금유입 가능성은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투자유치는 장기적으로 달러공급이 꾸준히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질적인 도움도 있지만 외환시장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2일 방한중인 영국의 앤드루 왕자를 면담하고 해외투자 상호 협력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앤드루 왕자는 영국 정부의 무역투자청의 특별대표다. 박 이사장과 앤드루 왕자는 국민연금이 영국을 통해 해외투자 규모를 늘리는 대신 영국계 금융기관의 아사아 본부의 위치를 홍콩, 싱가포르 대신 서울에 두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HSBC, 바클레이즈 등 거대 영국계 금융기관의 아시아지역 본부를 서울로 옮길 경우, 국내 금융산업 활성화와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의 안전판 역할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7~8월 1조 1125억원, 지난달에는 3조809억원을 주식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폭락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때 현 상황은 저평가 상태이기 때문에 주식 매입을 꾸준히 늘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자체 판단을 통해 투자에 나섬으로써 간접적으로 국내 증시의 폭락을 어느 정도 막아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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