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펀드에 부자들이 몰린다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08.09.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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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개월 신규펀드 설정액 50% 차지...금리 고점 판단 투자자 몰려

채권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가는 하향 박스권에 갇혀 있는 반면 시중금리는 크게 올라 채권 투자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개인보다는 기업 고객이나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이 채권펀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28일 한국펀드평가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리가 크게 오른 최근 4개월 동안(9월24일 기준) 새로 출시된 펀드들 중 설정액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채권펀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신규펀드 설정액은 총 23조3589억원. 이중 채권 및 채권혼합형펀드의 설정액은 12조955억원으로 51.7%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주식 및 주식혼합형펀드 설정액은 2조1505억원(9.2%)에 그쳤다.

채권펀드 다음으로 설정액이 큰 것은 주가연계펀드(ELF)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파생상품펀드에는 5조3705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펀드이 뒤를 이었다.



펀드 수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4개월간 주식펀드는 258개가 출시된 반면 채권펀드는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836개가 출시됐다. 같은 기간 가장 많이 출시된 펀드는 파생상품펀드로 무려 1000개가 넘었다.

이처럼 채권펀드의 인기가 주식펀드를 압도한 것은 미국 서브프라인 파장으로 증시 불안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시중금리가 크게 올라 채권 이자수익(표면이율)이 높아진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중금리의 바로미터가 되는 국고채 3년물은 5월 평균금리가 연 5.28%였지만 9월에는 연 5.81%로 껑충 뛰어오른 상태다.


신건국 한국펀드평가 과장은 “채권펀드의 설정액이 주식펀드를 압도한 것은 증시침체로 시장의 투자방향이 수익위주에서 안전위주로 변했기 때문"이라며 "증시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채권펀드 중에서는 일반 개인들이 투자하는 공모펀드보다 기관이나 기업, 또는 PB 고객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채권펀드 중 공모펀드는 56개로 설정액은 3394억원을 기록한 반면 사모펀드는 780개에 설정액이 11조7560억원에 달했다. 개인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동안 부자 고객들은 채권펀드 투자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정훈 ING자산운용 팀장은 “최근 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CEO, 또는 PB 고객들이 채권펀드를 많이 선호하고 있다”며 “이들은 주로 펀드와 채권 만기가 같아 이자수익을 확실히 챙길 수 있는 채권 매칭펀드(Matching fund)에 주로 투자한다”고 전했다.

펀드전문가들은 금리가 크게 오른 지금이 채권펀드의 투자 적기라고 설명한다. 여전히 금리 변동성은 크지만 미국발 악재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추가 금리상승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상무는 “최근의 금리 상승은 미국발 신용경색에 따른 유동성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하지만 국내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금리 상승세는 꺾일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채권펀드에 부자들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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