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금융1번지' 명성 되찾나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09.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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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사 이전, KB금융지주도 명동으로

한때 금융·상업 중심지로 이름을 날렸던 명동. 외환위기 이후 은행가에 대변동이 일어나고 신생 증권사들이 여의도로 대거 몰려가면서 금융1번지라는 이름이 빛을 바랬다. 하지만 역사는 돌고 도는 법.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지주사 경쟁에 뛰어들면서 명동에 또 다시 빛이 드는 모습이다.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빌딩에 둥지를 틀었던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10월 5일까지 지주 사무실을 을지로에 있는 하나은행 본점 건물로 이전키로 했다. 업무영역을 3개 비즈니스유닛(BU) 단위로 나눈 매트릭스로 개편한 데 따라서다. 지주사의 업무성격상 대투증권 빌딩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지주사간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번 이사에 힘을 보탰다.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여의도보다는 '오리지널 은행가' 명동이 지리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출범을 코앞에 둔 KB금융지주는 이미 옛 국민은행 본점이 있는 명동에 자리를 잡았다. 1963년부터 명동에 본거지를 뒀던 국민은행은 1999년과 2001년, 여의도에 있던 장기신용은행, 주택은행과 각각 합병하며 여의도로 무대를 넓혔다.



하지만 올해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다시 명동으로 눈을 돌렸다. 은행권에선 황영기 회장이 제목소리를 내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도 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할 때도 은행간 경쟁을 주도했는데 공교롭게 자통법이 곧 시행되면 '명동대전'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명동 인근에 모여 있는 기업, 제일, 씨티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이런 예상에 힘을 보탠다. 자통법을 계기로 금융흐름이 바뀌면서 명동이 옛지위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 행원은 "지난 94년 입행할 당시만 해도 은행이나 큰 기업체 본사가 명동에 있어 취업준비생에게 명동은 선망의 대상이었다"며 "하지만 IMF이후에 은행들이 합병·퇴출되면서 본점이 없어지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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