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2.2조원 차입 추진…본사 지원용?

더벨 황철 기자, 김은정 기자 2008.09.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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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환용 제외한 거액자금 용처 불분명

이 기사는 09월23일(15:4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GM대우가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2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어 그 사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략 1조6000억~1조7000억원 가량이 차환을 위한 자금이고 나머지 5000억~6000억원의 용처는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다. 차환용도의 자금중에서도 당장 올해 만기도래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 규모는 3000억원 정도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자금조달 여건이 상당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중장기용으로 미리 자금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잉여자금이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돼 일각에서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 본사에 대한 우회적 지원을 위해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차관단 협상 지지부진

이번 신디케이트론 차관단에는 산업은행을 주관사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의 협상에서는 산업은행 9000억원, 우리은행 2500억원, 나머지 은행들이 대략 500억~2000억원 가량의 분담금을 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 과정은 GM대우의 기대와 달리 답답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결과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


GM대우와 산업은행은 지난 7월부터 신디케이트론을 추진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시중은행들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금융시장 경색과 GM본사 리스크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은행권 스스로의 유동성이 그리 풍부하지 않다는 점도 신디케이트론 성사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대부분 은행들은 분담액을 줄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고, 일부는 아예 차관단에서 빠지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 자체야 성사되겠지만 금액은 어느 정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규모 여신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 사이에 극심한 눈치작전까지 벌어져 협상이 더욱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신디케이트론 협상이1조 6000억~1조 7000억원 정도를 공급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GM대우에 대한 은행권의 현재 익스포져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은행권의 태도로 볼 때, 기존 여신에 대한 리파이낸싱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산업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 자체적으로도 RM, 심사부 등의 조율과 승인이 필요하다”며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은행들이 기존 크레딧라인을 유지해 주는 정도에서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GM대우 역시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아니기 때문에 급할 것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GM대우의 차입금은 산업은행에서 빌린 9000억원 가량의 원화대출금을 빼고는 대부분 마이너스 통장 개념의 크레딧라인(사전승인 대출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입장에서도 굳이 서둘러 리파이낸싱을 해줄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실제 지원 금액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바꿔 생각하면 GM대우 입장에서나, 은행 입장에서나 누구에게도 급할 것이 없는 거래라는 의미다.

대규모 조달, 진짜 이유 뭔가



그러면 GM대우가 당장 필요치도 않은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GM대우의 차입금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은 산업은행에서 빌린 3145억원(원화대출; 만기 10월17일) 뿐이다.

은행권에서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 여유자금 확보 차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향후 금리 상황 등을 우려해 앞 다퉈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는 현상과 같다는 것.



그러나 리파이낸싱이라는 표면적 이유를 감안하더라도 워낙 대규모 자금조달이다 보니 실제 용도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GM대우의 설명회를 통해 대략적인 내용은 전달 받았지만, 현재 산업은행 외에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곳이 없어 구체적인 이유나 사정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아무리 리파이낸싱이라 하더라도 조달은 조달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자금이 왜 필요한 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부도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GM본사에 대한 지원 방법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 관계자는 “GM대우의 경우 지난해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정도로 견실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어 특별히 거액의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면서 “사실상 GM 계열사 중 유일하게 대규모 이익을 내고 있는 GM대우에 본사가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이번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직접적으로 자금을 이동할 수는 없겠지만, (협상이 성사된다면) 풍부한 여유 자금을 토대로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GM대우와 주관사 산업은행은 해외 본사에 대한 지원은 무리한 추측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GM대우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해 그나마 사정이 좋을 때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 뿐”이라며 “해외 본사와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아 이러저런 억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해외법인들 모두 독립 경영을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발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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