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샌디스크 위해 '10년 무차입경영' 포기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09.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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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강한 의지… 성사시 일부 인수대금 외부서 차입키로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를 위해 10년 동안 지켜왔던 '무차입 경영' 포기를 사실상 선언했다.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는 17일 미국 샌디스크 이사회에 주당 26달러에 주식 전량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인수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인수 자금은 자체 보유 현금과 외부 자금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주당 26달러에 샌디스크 주식 전량을 인수할 경우 총 인수대금은 58억 5000만 달러 정도다. 우리 돈으로 약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상반기말 현재 6조3000억원 수준이다. 자체 현금만으로는 인수대금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하반기 예정된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서도 자금이 필요하다.



보유 중인 자사주가 있지만 이를 샌디스크 인수에 활용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7일 기관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자사주는 주주 환원을 위해 매입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시장에 나오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삼성전자는 샌디스크 인수를 위해 일부 자금을 차입할 계획이다. 샌디스크 인수가 성사된다면 10년간 지속돼 온 삼성전자의 무차입 경영이 깨지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본사 차원에서 외부 자금을 차입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다만 인수대금 중 어느 정도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고 얼마를 외부에서 차입할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차입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봐 왔지만 차입에 대한 입장을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샌디스크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차입이 없다고 해서 꼭 건전한 경영은 아니다"며 "이자 비용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다면 차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재무 건전성 관리상 무차입이 최선의 대안은 아니다"며 "차입한 금액보다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차입하는 게 당연하고 삼성전자가 이자 비용을 감당 못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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