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샌디스크 인수의향서 공개 '배수진'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09.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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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스크 주요주주 대부분 리먼 주주 '자금필요'

샌디스크가 삼성전자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삼성전자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당장 가격을 올려 제안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샌디스크 경영진과 주주들의 입장 변화를 관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공개매수 등 적대적 M&A 절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샌디스크의 주요주주들인 피델리티, 클리어브리지, 악사 등은 모두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주요 주주이기 때문에 당장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삼성전자에는 유리한 입장이다.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가 세계 1위의 플래시 메모리 카드 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위해 이례적으로 협상 내용을 공개하고 배수진을 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시 다양한 이점이 있다는 점 때문에 M&A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電, 다음 수순은?.."당분간 관망"= 샌디스크가 삼성전자의 제안을 일단 거절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다. 인수 가격을 올려서 다시 제안하거나, 샌디스크 경영진의 입장 변화를 기다리거나 인수 지분은 줄이더라도 공개매수 등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가격을 올리기 보다는 당분간 관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명섭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례적으로 가격을 공개한 것은 이 가격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제안서 공개 이후 샌디스크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23달러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를 포기하면 다시 하락할 거품이다.

게다가 이번 M&A를 둘러싼 환경은 삼성전자에게 우호적이다. 우선 샌디스크 실적이나 주가와 직결돼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 상황은 샌디스크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들어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바닥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시장의 키는 삼성전자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42.3%에 이른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최근 '황의 법칙' 입증을 포기하고 낸드플래시의 원가를 더욱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낸드플래시 시장의 치킨게임을 더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 샌디스크 인수 후보로 일부에서 거론했던 일본의 도시바는 '관심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도시바는 지난 2분기부터 적자 상태에 빠져 있어 사실상 인수할 여력도 없는 상태다.

◆공개매수 등 적대적 M&A까지 갈까= 샌디스크 이사회가 삼성전자의 제안을 끝까지 거절할 경우 삼성전자는 샌디스크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미국 금융시장의 상황은 삼성전자에게 도움이 된다. 샌디스크 지분은 피델리티가 12.9%, 클리어브리지가 7.79%, 캐피탈이 8.7%, 악사가 4.22% 등 기관투자자들이 50% 넘게 보유하고 있다. 창업자이자 회장인 엘리 하라리 회장의 지분은 1.42%에 불과하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100% 현금으로 샌디스크 주식을 인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샌디스크 비중을 줄이고 싶은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솔깃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 가운데 피델리티, 클리어브리지, 악사 등은 모두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주요 주주들이기도 하다.

서원석 연구원은 "샌디스크 경영진의 우호지분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공개매수를 통해 의결권 표대결을 하더라도 삼성전자에게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명섭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산업이 사이클을 타는 업종이다 보니 파는 회사 입장에서는 호황에 팔기를 바라고 사는 회사는 불황에 인수하기를 원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와 샌디스크의 지금 상황은 의례적인 절차로 금융시장 상황, 낸드플래시 업황, 샌디스크 실적 등을 감안할 때 성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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