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샌디스크 인수의향서 전격공개한 이유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9.17 08:53
글자크기

프리미엄 가격 공개 통한 이사회 압박카드..최후 마지노선 일반에 공개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가 미국 샌디스크 인수와 관련해 이윤우 부회장이 샌디스크 이사진 앞으로 보낸 의향서를 전격 공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최종 타결 이전까지 협상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관례로 볼 때 이번 삼성전자의 의향서 공개는 최후의 마지노선을 샌디스크의 이사회 및 주주들에게 공개한 배수의 진으로 해석된다.



'Dear Eli and Irwin'으로 시작되는 이 의향서에는 그동안의 협상 과정과 삼성전자의 실망, 여전한 인수 의지, 변함없는 인수가격(주당 26달러, 총 2억 2500만주 전량)에 대해 설명돼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언론에 전격 공개한 의향서에는 주당 26달러가 얼마나 비싼 가격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주당 26달러의 인수가격은 인수설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 9월4일 종가보다 93%, 26달러를 제안한 시점인 지난 15일 종가에 비해서는 80%로 높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30일간의 샌디스크의 주가 평균과 지난 9월 4일의 기업가치에 비해서는 각각 66%와 164%의 프리미엄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가격을 제시한 의향서를 공개한 것은 샌디스크 이사회 뿐만 아니라 샌디스크 기관 및 개인주주들에게 삼성전자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이사회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샌디스크의 지난 실적 악화와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의 불투명성을 설명한 것도 향후 '주당 26달러'보다 더 좋은 가격을 제시받을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샌디스크 측의 흘리고 있는 도시바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주당 26달러 이상의 가격을 도시바에서 제시한다면 물러나겠다는 의지로 이 의향서를 전격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인수가격 58억 5000만달러는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유동자산 6조 3800억원(6월말 현재 기준)을 현 환율로 계산할 경우 이를 소폭 넘어서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기존 현금과 외부 자금조달을 통해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이번 제시 가격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가능한 '전부'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최후 마지노선인 주당 26달러를 제시하고 이같은 제안서를 일반에 공개해 샌디스크 이사회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향서의 마지막 부분은 'Sincerely'라는 서간문의 결어와 함께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임을 알리는 삼성전자 부회장 겸 CEO 이윤우 부회장의 서명으로 마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인수의향서 전격 공개가 향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일단 샌디스크가 삼성전자의 제안에 2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 등의 주변 여건은 삼성전자의 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