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빈민들도 "북한기아 도와요"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8.09.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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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의 나눔 제안]<1>북한 동포와 나누어 더 풍요로운 한가위

↑지난 8월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 둥게스와리의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깡통 모금함에 북한 돕기 자금을 모으고 있다. ⓒ한국JTS↑지난 8월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 둥게스와리의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깡통 모금함에 북한 돕기 자금을 모으고 있다. ⓒ한국JTS


구걸하던 손들이 나눔의 손이 되었다.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 아이들이 수확의 계절에도 굶는 북한 친구들을 위해 한푼 두푼 모아 돈을 보냈다. 2100루피. 우리 돈으로 5만2500원.

인도 부다가야 둥게스와리의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모금한 돈을 지난 11일 한국JTS에 전달했다. 이 돈은 다른 기부금과 함께 북한에 국수를 보내는 데에 쓰였다.



둥게스와리는 인도에서 대대로 구걸로 생계를 잇는 불가촉천민이 사는 마을이다. 수자타 아카데미는 1994년 한국JTS(www.jts.or.kr)가 이 마을에 세운 학교다. 유치원생부터 청소년과 노동학교 학생까지 약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여기서 공부하고 있다.

김애경 한국JTS 사무국장은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이 '우리는 적게 적을지언정 굶어 죽지는 않는다면서 먼 이국에 돈을 보냈다"고 전했다.



가난한 인도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힌두어로 더빙한 동영상이었다. 수자타 아카데미의 교사와 학생들은 지난 7월 31일 '어느 북한 부부의 이야기(동영상 보기 클릭)'라는 영상을 함께 봤다.

이 동영상엔 2008년 6월,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 구역에서 손달구지를 끄는 부부의 사연이 담겨 있다. 이들이 운 좋은 날 벌 수 있는 돈은 3000원. 옥수수 2㎏을 사 12살, 7살의 두 아이와 함께 나흘 간 죽을 쒀 먹을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아이들 유치원, 학교를 보낼 돈은 없다.

동영상은 이 부부의 소박한 소원을 전하면서 끝을 맺는다. "큰 딸이 다시 학교 가는 날 이쁜 신발을 사주고 싶다"고.


이 동영상을 본 후 15일 동안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 교사들은 이 부부와 같은 북한 빈민들을 위해 매일 5분 동안 명상하고 기도했다. 그리고 학교 안에 작은 모금통을 만들어두고 1루피, 2루피씩 돈을 모았다.

김애경 국장은 "인도에선 대대로 구걸을 하며 살아가던 아이들이 이제는 어엿하게 먼 나라의 어려움까지 함께 느끼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작은 기적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그런데 우리의 북녘 땅에선 어린이들과 노인은 물론 주민들이 굶어 죽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자타의 아이들이 그랬듯이 우리 남쪽 사람들도 북쪽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알아주고 보듬어 안아주는 작은 기적을 만드는 추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www.goodfriends.or.kr)에 따르면, 북한 사람들은 수확의 계절인 한가위를 앞두고 '고난의 행군' 시기에 맞먹는 식량난에 처해 있다. '고난의 행군'이란, 북한에서 300만 명이 굶어 죽고 30만 명이 먹을 것을 찾아 국경을 넘었던 1996년~1998년 시기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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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자료로 추산하면, 올해 북한은 141만 톤의 식량이 부족한 상태다. 올해 식량 최소 필요량은 542만 톤, 작년 농업 수확량은 401만 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원래 평소에도 매년 100만~150만 톤 식량이 부족했던 나라 아닌가.

그러나 올해엔 다른 요인이 겹쳤다. 북한에서 2년 연속 수해가 일어난 데에 뒤이어 국제 곡물가는 올랐다. 중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 수출을 통제했다. 한국 정부는 식량과 비료 지원을 중단했다.

이에 올해 2월부터 북한에선 가족이 해체되면서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떠도는 아이들)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엔 일부 북한 대기업과 군수공장이 직원들 식량 배급을 중단했다. 4월부터 구금시설과 취약계층 보호시설에서부터, 5월부터는 황해남도에서부터 아사자가 생겼고 이윽고 전국으로 퍼졌다.

이승용 좋은벗들 사무국장은 "지난 7월부터는 이모작물이 나오고 외부에서 식량이 지원되면서 8월부터는 아사자 발생과 곡물가 상승은 잠시 주춤한 상태이지만, 이모작물이 다 떨어지는 9월부터 10월 추수 직전까지 또 다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통상 북한에서 가장 식량 값이 비싼 계절은 9월 추수 직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JTS는 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를 보내고, 중국에서는 국수를 구입해서 북한에 꾸준히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27일엔 200톤, 8월 13일엔 500톤의 우리나라 밀가루를 북한에 보냈다. 또한 6월부터 9월 현재까지 국수 400톤을 중국에서 구입해서 북한에 보냈다.

김애경 국장은 "중국에서 국수나 옥수수를 사서 보내면 더 많이 사서 보낼 수 있고, 우리 밀가루를 보내면 북한동포돕기를 해주시는 우리나라의 후원자들에게 직접 알리는 의미가 있어서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미국, WFP가 식량을 보내도 외국에서 보낸 식량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 하루하루 먹을 게 없는 북한에 가장 빨리 먹을 것을 보내줄 수 있는 건 남쪽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후원계좌는 국민은행 484201-01-134875(예금주 한국JTS).

온라인 서명을 통해서도 북한을 도울 수 있다. 정토회(지도법사 법륜스님)는 ‘굶주리는 북한 주민과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서명운동은 △단기적으로는 북한동포 대량아사 방지를 위해 정부가 최소 20만 톤의 식량을 긴급지원 할 것 △장기적으로는 정부예산의 1%를 북한 경제개발에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11일 오전까지 국내외에서 86만430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2006년 함경북도의 한 도시에서 꽃제비 아이들이 구걸한 빵을 기차길 부근에서 먹고 있다. ⓒ좋은벗들↑2006년 함경북도의 한 도시에서 꽃제비 아이들이 구걸한 빵을 기차길 부근에서 먹고 있다. ⓒ좋은벗들
◇[탈북시인의 시]밥이 남았네

어디서 얻었는지
찬 밥 한 덩이
아내 앞에 내밀며
남편은 즐겁게 말했네
-나는 먹고 왔소

온종일 뙈기밭 일구고
뒤 산에서 돌아오신 시부모께
며느리는 그 밥덩이
배부른 듯 내밀었네
-이것밖에 안 남았네요

임신한 새 아기
굶기는 게 평생의 죄 같아서
속이 더 주름지던 노인내외
보물처럼 감추며 말했네
-이 밥이면 아침은 되겠수

그날 끝내
밥이 없는 집에
밥이 남았네

△시인 장진성은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조선작가동맹중앙위원회 맹원 조선노동당 작가로 근무했던 탈북시인이다. 2004년 남한으로 왔다. 이 시의 원문은 한국JTS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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