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반도체 치킨게임 안 끝났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김진형 기자 2008.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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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유지할 전략으로 치킨게임 지속할 기반 확보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가 이른바 ‘황의 법칙(메모리신성장론)’ 입증 대신 양산 제품의 생산성 확보에 주력키로 전략을 수정했다. 최첨단 기술을 조만간 양산할 제품에 적용, 수익성을 높일 경우 삼성의 시장 공략 수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결국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왜 반도체 전략을 수정했나= 삼성전자가 반도체 개발 전략을 수정한 것은 최근의 시장 상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시장은 우선 제품 개발과 양산 시점과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50나노 16기가비트(Gb) 제품까지는 개발 후 양산까지 1~2년 정도 걸렸지만 40나노 32Gb 제품 이후부터는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2년 이상이다. 또 시장의 초점이 용량 확대 경쟁에서 성능, 저전력, 비용 경쟁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2년 가까이 지속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업계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술 선도력을 과시하기 위한 '황의 법칙' 입증보다는 '실속'을 챙기겠다는 게 삼성전자 전략 수정의 핵심이다. 2~3년 후에나 양산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쏟을 기술과 인력을 당장 내년부터 양산할 제품에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황의 법칙'이 끝났다는 의미도 아니다. '황의 법칙'은 메모리의 용량을 매년 2배씩 늘리고, 메모리의 사용처를 PC에서 휴대폰 시장 등으로 넓히면서 같은 규모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4Gb에 이어 올해 128Gb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은 확보했다는 점에서 '매년 2배의 집적도 증가'라는 황의 법칙은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 수정은 무엇보다 수익성 확보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같은 시장 상황이 지속된다면 흑자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도 3분기에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적자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한 타개책으로 최첨단 기술을 당장 양산할 수 있는 제품에 적용,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삼성, 치킨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전략 수정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수익성 확보 전략을 내 놓았다는 점은 '치킨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은 삼성전자가 의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 올해 업계 전체가 투자 축소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만은 올해도 반도체에 7조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다.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IR팀장)은 지난 4월 올해 투자계획을 설명하면서 "반도체에 공격적 투자는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공격 투자는 불황기에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D램 시장점유율 30%를 회복했고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4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특히 업계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감산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는 요지부동이다. 일본 엘피다와 대만 파워칩이 지난 9일 D램 생산을 10% 정도씩 감산키로 했고, 하이닉스반도체가 10일 낸드플래시 생산을 20~30% 줄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D램 생산량을 전년대비 100%, 낸드플래시는 130% 늘린다는 기존 계획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시장 악화 속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경쟁사들과 달리 공격적인 생산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치킨게임을 끝낼 생각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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