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 발 앞선 선도 기술 개발에 집중하던 역량을 생산성을 높이는 양산 기술 향상으로 전환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시장의 생존 경쟁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 시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 세계 최초 64메가비트(Mb) D램 개발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세계 최초'의 제품 개발을 발표하며 '기술선도 기업' 이미지를 높혀 왔다. 그러나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양산제품의 생산성을 높인 기업만이 살아남는 이른바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자 삼성전자도 양산 기술 경쟁력 강화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전략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3차원 셀 스택 기술은 여러 개의 완제품 칩을 쌓는(적층)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메모리 셀을 연속으로 쌓는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32Gb와 64Gb 낸드플래시 양산에 이 기술을 내년부터 적용할 경우 생산성이 경쟁사의 동일 용량 제품에 비해 30% 가량 향상된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선도 기술의 조기 적용을 통해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D램 및 낸드플래시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경쟁사들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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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연구 인력들을 생산성 향상 쪽에 집중 배치하는 등 조직 내부 조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또 기술 선도력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매년 8~10월에 메모리 신성장론(일명 '황의 법칙')을 과시하던 '메모리 설명회'도 올해부터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시제품 개발을 보여주기 위해 쓰이는 힘의 낭비를 줄여 양산 제품의 생산성 향상에 투입키로 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 수정은 최근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는데다 엘피다, 난야, 파워칩 등 일본과 대만의 D램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가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치킨게임'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는 후발업체들의 몸부림이 나오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여서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2~3년 후의 선행기술보다 당장 1~2년 후의 양산기술에 힘을 결집해 힘으로 승부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함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감산을 통한 '치킨게임' 종식을 바라던 후발업체에겐 큰 타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