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證, 전문성 부족과 인력 이탈

더벨 김용관 기자 2008.09.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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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핵심 인력 '엑소더스'..약세장서 취약점

이 기사는 09월09일(15:5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유진그룹측은 '매각 검토'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지만 업계에선 유진투자증권 (4,820원 ▲35 +0.73%) 매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자산 규모만 3조원(금융 제외)이 넘는 그룹의 미래 전략 치고는 상당히 단기적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증권업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망신만 당하고 나가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당초 서울증권을 인수할 때만 해도 유진그룹은 자신만만했다. 그룹이 내건 유진투자증권의 목표는 업계 7위권으로의 도약. 자기자본 3000억원대의 회사를 1조50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인수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유진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6600억원대에 불과하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교보증권 인수까지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국내 7위 증권사 도약 목표는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그룹측의 의지는 결국 1년 반만에 공염불이 된 셈이다.

◇맥킨지 컨설팅 부메랑? = 유진그룹은 서울증권 인수 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경영 컨설팅을 받았다. 하지만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에 대한 내부 불만이 커지면서 인력 이탈도 가속화됐다.


유진투자증권 출신의 한 관계자는 "맥킨지의 조언에 따라 법인 영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애널리스트들을 대거 영입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이같은 조치가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겠지만 내부 직원들은 탐탁치 않게 여겼다"고 말했다.

실제 유진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 숫자는 지난해말 23명에서 올해 39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관계자는 "고액 연봉자인 애널리스트들이 늘어남에 따라 인건비 부담은 커졌지만 그에 비례해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내부적인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와중에 회사 매각 소식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채권 영업은 물론이고 IB 등 돈되는 부서의 인력들이 적지않게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핵심은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유진투자증권의 경쟁력은 이미 크게 훼손된 셈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핵심은 실무 관리자들인데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증권업 노하우 부족..약세장에 한계 드러내 = 이 관계자는 "M&A로 성장한 유진그룹이 증권업을 만만하게 보고 들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즉 제조업과 금융업의 성격은 판이한데도 충분한 노하우와 준비없이 뛰어들면서 리스크 요인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서울증권을 인수한 직후인 지난해 영업수익은 4145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순이익도 301억원으로 전년보다 108% 늘었다. 외견상 M&A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시장이 강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자 유진투자증권의 문제점은 그대로 드러났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1/4분기(4월∼6월)에 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증시 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관계자는 "증시가 호황일 때는 모든 문제가 숨겨져 있는 법"이라며 "약세장으로 돌아서자 마자 비금융그룹의 증권업 진출에 따른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기존 증권사들의 경우 수십년간 이어져온 강세장과 약세장의 순환을 경험하며 이에 대응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 관계자는 "비금융기업들의 증권업 진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유진투자증권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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