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기청장 "매달 소주 하십시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8.09.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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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경영진과 간담회… 표준약정서 활용 등 권유

"한 달에 한 번씩 소주 한 잔 시원하게 합시다."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이 대기업 사장단을 만나 뜻밖의 소주 모임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간담회'에서다.

홍 청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려면 격식에서 벗어나 편하게 담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홍 청장은 대기업 사장단에게 구매 담당자의 말만 듣지 말고 이해관계가 없는 중소기업 CEO들과 직접 만나보라고 권했다. 그래야 대-중소기업 관계의 실상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사진 왼쪽부터 현대기아차 정진행 부사장, 현대중공업 이수호 부사장, 삼성전자 조원국 부사장, CJ 김진수 사장, 포스코 정준양 사장, 홍석우 중소기업청장,  LG전자 톰린톤(Tom Lin Ton) 부사장, 금호건설 이연구 사장,  SKT 남영찬 부사장,  볼보그룹 코리아 석위수 대표이사↑ 사진 왼쪽부터 현대기아차 정진행 부사장, 현대중공업 이수호 부사장, 삼성전자 조원국 부사장, CJ 김진수 사장, 포스코 정준양 사장, 홍석우 중소기업청장, LG전자 톰린톤(Tom Lin Ton) 부사장, 금호건설 이연구 사장, SKT 남영찬 부사장, 볼보그룹 코리아 석위수 대표이사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이해관계가 없는 기업을 각각 3~4명 정도 선별해 CEO분들을 모으고, 제가 합류하면 모임이 되지 않겠느냐"며 "매달 한번 딱 6개월간만 시범적으로 해보자"고 말했다.



홍 청장은 "상생경영에 대한 필요성은 대기업들도 느끼고 있지만 실제 경영 환경에서 문화로 만들기는 어렵다"며 "소주 한 잔씩 들이키면서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현실에 반영하면 기업홍보 효과도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청과 대기업 경영진들과의 간담회를 1년에 두 번 정례화하자는 제안도 했다. 홍 청장의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홍 청장의 '음주' 모임 제안에 대기업 사장단들도 경직된 분위기에서 벗어난 듯 보였다.

홍 청장은 신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적극 구매하면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사업을 확대해 개발비의 55%를 지원하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수요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한 대기업 직원에게는 성과 보상금을 지원하고, 해외연수를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내비쳤다.


'스킨십'이 끝난 후 숙제도 내놨다. 홍 청장은 정부와 대기업 등 민간이 2:1 매칭 방식으로 조성하는 민·관 공동 R&D펀드(1단계 100억원)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 중 대기업의 중소기업 상생 사례 및 현황 보고 부분은 기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모두 이미 실시 중이거나, 앞으로 실행하겠다는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납품 단가 연동제 등 중소기업에게 민감하면서도 절실한 과제는 논의에서 제외됐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납품단가 연동은 표준약정서에 포함돼있는 내용"이라며 "표준약정서만 제대로 활용돼도 중소기업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 약정서를 사용한 대기업에 대해 2년간 수·위탁거래 조사면제, 벌점경감 2점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납품단가연동제 등 민감한 얘기를 밀어붙이면 다음 사장단 모임의 참석률이 저조해진다"고 털어놨다.

대기업의 협조를 이끌어내려고 '소주 모임'까지 조직하는 홍 청장의 노력이 공허한 구호가 아닌 진정한 '상생'의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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