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전문건설사 부도… 업계 위기감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8.09.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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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20위 동명E&C 4일 최종부도… 전문건설업계 "원도급업체 횡포 탓"

우량 전문건설사 부도… 업계 위기감


우량 전문건설업체인 '동명이앤씨(동명E&C)'가 이달초 쓰러지면서 도로와 철도 건설공사의 사업 차질은 물론 자재 납품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랭킹 20위의 동종 업체가 부도를 내자 전문건설업체들의 위기감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8일 전문 건설업계에 따르면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의 동명E&C는 지난 4일 20억원의 어음을 막지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 회사는 토공사 시공능력평가(시평) 20위, 철근콘크리트공사 시평 43위로 4만여 중소 전문업체 중 '최상위 클래스'란 평가를 받았다. 전문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신용평가 A등급을 받기도 했다.



회사는 도로 교량 터널 지하철 등 현재 전국에서 20여건의 관급 토공사를 하청받아 진행중이다. 올 들어 동부건설의 석문대교 공사(발주자 대전국토관리청)와 남광토건의 김포양촌지구 택지개발 공사(발주자 토지공사) 등을 수주했다.

현행 관급 발주제도는 흔히 대형건설업체로 불리는 일반 건설업체(원도급자)가 수주받아 중간 이윤을 챙기고 전문 건설업체에게 다시 하도급을 주는 시스템이다.



우량 전문건설사 부도… 업계 위기감
◇납품업체 등 부도 후폭풍 예고
우선 이 회사에 형강 철근 등 철강재를 대온 자재유통업체들이 부도의 직격탄을 맞았다. 납품업체들은 철강품목에서만 100억원의 피해를 봤을 것으로 예측했다. 토공사에서는 덤프와 포크레인 등 장비업체와 인부들이 노임을 떼일 우려에 처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동명E&C에 하청을 준 대형 건설업체들도 사태 파악에 나서는 한편 공기 지연 등의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석문대교 공사의 20%가 진척된 상태여서 그동안 미지급된 공사비를 해결하고 있다"면서 "곧바로 하청업체를 재선정해 납기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건설업체 "더이상 못참아"

전문건설업계는 동종업계 중 '현대나 삼성급 업체'가 쓰러졌다며 흥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다. 원도급자의 우월적 횡포로 인해 전방위로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불만을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전문건설업체 부도수는 171개로 지난해 전체 부도건수(170개)를 넘어섰다.

김정환 전문건설협회 기획관리부장은 "전문업체들이 쓰러지는 근본 이유는 자금압박 때문"이라면서 "원도급업체들이 자재비와 노무비 유가 등의 인상분 반영에 소극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문업체들은 협력업체에 현찰을 주지만 위쪽(원도급자)에선 어음을 끊어줘 항상 자금에 쪼들린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건설업체들은 이 같은 내용의 현 실태와 애로사항을 담은 탄원서를 2만1642명의 대표자 명의로 만들어 최근 청와대 국무총리실 감사원 국토해양부 한나라당 등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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