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街 "산은의 리먼 인수…아직은 시기상조"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09.08 15:12
글자크기

전광우 금융위원장 '사실상 반대'에 긍정 평가

"아직 때가 아니다는 말에 찬성 표를 던진다. 만약 실패한다면 오히려 한국 IB(투자은행)의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한 대형 증권사 IB담당 임원)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8일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건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증권가는 이에 대해 "내부 체력보강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공감하는 분위기다.



A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익명을 전제로 "사실 시장에서 산은의 리먼 인수 추진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며 "현재 산은의 경영 시스템과 IB 능력에 비춰볼 때 리먼을 인수해 제대로 육성할 수 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은의 민영화 추진과 글로벌 IB로의 도약이란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산은 총재 개인의 의욕과 능력을 넘어선 일일 것"이라며 "시도가 좋다고, 꼭 필요하다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여건이 됐을 때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B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산은은 리먼 인수 추진의 이유 중 하나로 가격이 많이 싸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추가 부실 우려, 인수 후 성공 가능성 여부 등을 고려해 볼 때 모험을 걸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게다가 산은의 리먼 인수는 국내 금융회사, 그것도 대표 국책 은행의 첫 해외 IB 진출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갖게 된다"며 "만약 인수한 뒤 결과적으로 '낙제점'을 받게 된다면 겪어야 할 후폭풍이 너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C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전 위원장이 반대 의견을 내비친 '화법'을 보면 상당한 고민이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다"며 "산은과 민유성 산은 총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현실적인 여건과 실패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을 종합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수에 따른 이득과 인수를 위해 걸어야 할 리스크 사이에 너무 큰 간격이 있었고, 금융위원회와 산은은 각각 다른 시각에서 이를 해석해 왔다"며 "산은의 해외 IB 진출은 보다 더 확신을 줄 수 있을 때 가능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