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환율 개입, 투기세력만 키운다"

더벨 이승우 기자 2008.09.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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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정부가 개입을 자제하는 게 상책"

이 기사는 09월03일(11:1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환율 폭등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패닉 수준의 급변동은 막아야 있겠지만 환율 추세 상승을 인정하고 무리한 개입을 통해 투기세력들을 끌어 모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3일 "무리한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을 축내서 투기세력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보다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팀장은 "최근 환율 폭등은 수입 기업과 투신권 등의 실수요가 기저에 깔려 있지만 투기세력들의 역할도 상당히 컸다"고 분석했다. 투기세력들은 정부의 개입을 가장 큰 먹잇감으로 여긴다는 것.



실제로 투기세력들은 외환보유액 감소를 겨냥해 정부가 개입에 나서면 달러가 싸진 틈을 타 반격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 중심에는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는 역외 세력들이 있다.

역외에 이어 국내 시장참가자들도 투기에 동참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몇 달 사이 장 마감을 앞두고 환율 상승폭이 확대되는 현상이 반복된 것은 정부의 개입에 기대 달러 매도(숏) 포지션을 취했다 개입이 없자 손절매수(숏커버)가 몰린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정부가 강력한 개입을 하면서 어느 정도 환율이 오르면 국내 참가자들은 숏(달러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실제 개입이 나오면 역외가 롱(달러 매수) 포지션을 취하면서 다시 환율이 오르고 이럴 때 국내 은행들은 차익실현을 하는 양상이 반복돼왔다"고 전했다. 이어 "만일 개입이 나오지 않으면 국내 은행들은 숏커버에 나서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투기세력들의 행태에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환율 상승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면서 투기세력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적극적인 개입이 안 나오면서 포지션 잡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외국계 은행 딜러는 "환율이 폭등하고 있지만 여기서 달러 매수에 나서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고 또 개입이 나오지도 않아 달러 매도(숏)를 하기도 힘들다"며 "실수요 위주의 대고객 거래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시중은행 딜러는 "정부가 보름 가까이 속도 조절식 개입은 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규모 개입은 아니다"며 "과거 투기세력들에 대항해 파운드화 방어에 나섰지만 결국 무릎을 꿇은 영국을 타산지석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 추세 상승을 몸으로 막기 보다는 혹 '쇼크'가 왔을 때를 대비해 유동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투기세력들에게 먹잇감을 제공하는 방식의 개입은 자제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은 외환보유액이라는 카드를 놓고 역외 투기 세력과 정부가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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