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 롤오버. 환율에 달렸다

황은재 기자 2008.09.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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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만기 5조원..환율 불안하면 "채권투자 지연"

외국인들이 만기도래하는 원화채권 투자자금을 재투자할 지 여부가 환율에 달렸다. 환율이 지금처럼 급등할 경우 재투자보다는 상환, 혹은 투자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국인들은 원화채권에 투자할 때 스왑시장을 통해 환위험을 헤지하기 때문에 채권을 산 이후 환위험에서 자유롭지만 환율 상승으로 채권금리가 오를 경우 투자 손실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스왑금리와 채권금리가 벌어지는 만큼 평가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환율 상승이 진정되기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9월 만기 6조9000억원..10일 5조원 집중



9월중 외국인 채권만기는 6조9000억원으로 국채가 5조7000억원, 통안증권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까지만해도 8조6000억원에 달했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에 따른 영업손실 확대와 국책 모기지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로 해외 투자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내 채권을 매도했다.

9월 만기 도래 규모는 줄었지만 특정일에 만기가 몰려있어 9월 위기설을 키우고 있다. 전체 만기의 83%인 5조7000억원이 오는 9일과 10일에 집중돼 있다.
▲외국인 9월 채권 만기 현황, 출처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the bell, 단위 : 조 ▲외국인 9월 채권 만기 현황, 출처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the bell, 단위 : 조


채권거래와 스왑거래의 특성을 감안하면 9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 여부가 오는 5일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이 만기도래하는 자금을 재투자한다면 이보다 2영업일 앞선 5일과 8일에 스왑시장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거래해야 한다. 외국인 채권 만기 규모를 감안하면 8일이 최대 고비이다. 채권거래는 1영업일 이후 결제이기 때문에 8~9일에 채권 매수세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채권 만기와 스왑 계약이 하루 이틀 정도의 만기 불일치를 보이고 있는 정도"라며 "외국인들이 재투자에 나선다면 5일부터 시장 움직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재정거래익이 크지만..'환율 안정이 우선'

외국인 채권 투자 만기 도래자금이 재투자될 것이란 가장 큰 근거는 달러를 들여와 스왑시장에서 원화로 바꿔 채권을 살 경우 얻을 수 있는 무위험 차익거래 이익이 전보다 확대됐다는 점이다.

2일 현재, 외국인들이 달러를 빌려와 1년만기 통화안정증권에 투자했을 경우 거둘수 있는 무위험차익거래 이익은 2.53%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외국인 채권 순매수가 6조4486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당시 월 평균 무위험 차익거래 이익 2.40%포인트였고 5조253억원을 순매수했던 1월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3월에는 4조원 가량의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가 돌아왔지만 비교적 순탄하게 넘긴 점도 9월 대란설을 진화하는 근거이다. 3월 외국인들은 5조7690억원을 순매수했다. 만기 도래를 감안하면 약 1조7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3월에도 대규모 만기에도 외국인들은 채권을 샀다"며 "9월에도 같은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 : 무위험 차익거래 유인 추이 (%p), 우 : 달러/원 환율. 출처 : 한국은행▲좌 : 무위험 차익거래 유인 추이 (%p), 우 : 달러/원 환율. 출처 : 한국은행
9월이 1월, 3월, 4월과 다른 점은 환율이다. 올 1월과 3월, 4월 외국인 채권 순매수 폭발했던 시점에는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올 1월 달러/원 환율은 930~940원, 4월에도 970~1000원의 범위에서 등락했다. 3월에는 환율이 급등세를 보였지만 재차 안정되는 국면을 나타냈다.

그러나 8월 중순 이후 급등하기 시작한 환율은 1134원까지 치솟았다. 한 달 사이에 무려 120원가량이나 오른 것이다. 환율이 오르면서 채권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금리를 띄우고 있다.

스왑시장을 통해 달러를 원화로 바꿔 환위험을 회피했지만 채권금리가 오른다면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오히려 환율이 안정되고 채권금리 상승세가 멈췄을 때 재정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무위험 차익거래 유인이 커졌지만 환율이 급등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채권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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