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부자들 "1400도 안심 못한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08.08.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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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늘리고 금ETF·MMF 등 투자, 일부는 RP형CMA에 분할

코스피지수 1500선이 무너진 가운데 투자자산 100억원 이상의 부자들이 현금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들은 막강한 정보 네트워크, 전문가 뺨치는 판단 등으로 증시 흐름을 통상 3~6개월 가량 앞서 가곤 한다.

이들은 "1400선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며 그나마 갖고 있던 주식·펀드 자금을 달러, 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옮기고 있다.



외국계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인 황금짱(가명)씨는 24일 "고객들 중 1500이 깨졌다고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오히려 1차 지지선을 1400으로 보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 증시에 따라 1200선까지 깨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100억원대 부자들은 이미 주식이나 펀드에 대한 투자자금을 상당부분 현금화했다. 업계에서는 현금화 비중을 60%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폭락장에서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지만 100억원대 부자들이 여유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황금짱 씨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객들에게 주식이나 펀드는 물론 회사채조차 추천하지 않고 있다"며 "고객들은 일찍 달러비중을 확대하고 채권형이나 금 관련 펀드(ETF), MMF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객들이 개별 주식 비중을 10% 정도로 줄였고 증시가 반등할 때마다 비중축소 기회로 삼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굿모닝신한증권 명품PB센터 강남점의 현주미 센터장은 "바닥이 안보일 때가 바닥이라고 하지만 현재는 상승 모멘텀이 없어 신규 자금 투입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우량주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고, 저평가된 종목들도 많지만 "(현 가격대는) 절대 싸지 않다"고 말하는 부자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4분기 또는 내년까지 '현금이 최고'라고 판단했고 적립식 펀드도 추가 투자를 중단했다고 현 센터장은 말했다. 다만 증시반등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CMA(RP형)를 통한 자산관리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골드센터 강남점의 유진경 과장은 "채권 중 확정금리상품이나 20% 내외의 수익을 추구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자금을 이동시킨 고객이 많다"면서 "특히 그동안 손실을 봤던 고객이 ELS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의 확정금리상품에 다시 눈을 돌리는 부자들도 늘고 있다. 시중금리가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에게는 0.2% 내외의 특별 우대금리 혜택도 있기 때문이다.

황금짱 씨는 "증시 상황은 좋지 않고 시중금리는 오르니까 확정금리를 원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며 "솔직히 MMF 등에 대기자금으로 두면 좋겠지만 고객이 은행의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전환하겠다고 해도 말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다만 건설사 CP나 저축은행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를 만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자산은 코스피지수 1500선에서 2~3년 장기투자로 인덱스펀드에 투자했지만, 여윳자금의 60%는 최근 주거래은행에서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7%대의 정기예금 상품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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