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경제위기 10년 사이클

강호병 증권부장 2008.08.1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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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칼럼]경제위기 10년 사이클


20대 30대 40대 50대, 10년후 내모습, 지금 적금을 붓는다면 10년후에는?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10원 100원 1000원, 1만원….

인간의 수리적 지능은 십진법에 익숙하도록 설계돼 있다. 손가락, 발가락이 각각 10개로 진화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10단위로 넘어가는 구조가 너무 편한 나머지 생활의 모든 것이 십진법으로 재단된다. 그 사용은 거의 무의식화됐다. 도량형은 물론 자기의 변화상을 상상하거나 무슨 목표를 세울때도 10년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 유가증권만기에도 10년은 꼭 들어간다. 인간에게 있어 10은 뭔가 바뀐다고 생각하는 전환점인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문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도 그같은 무의식적 생각의 발로일 것이다. 물질적으로 꼭 10년마다 바뀌어야할 필연성은 없는 듯한데 사람들 생각구조가 그러하니 실제로 그렇게 실현되는 모양이다.

경제에도 대략 10년을 주기로 위기급 불행이 반복되는 이상한 사이클이 있다. 1980년 전후 2차 오일쇼크와 중남미 외채위기, 90년 전후 일본 복합불황과 경제침체, 2000년 전후 IT거품 붕괴와 침체 등이다. 미국 모기지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조짐 등 지금 나타나고 있는 불행도 10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이 조금 빨리 온 것이란 생각이다.



경제학에서는 설비투자에 의한 주글러파동을 10년주기 경기순환의 대표로 등재해놓고 있다. 그러나 징크스라고도 할 수 있는 현상을 한두개의 가설로 시원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무의식적으로 10년마다 심리 진동이 격하게 일어나며 2년 4년 5년 등 각각의 단위로 교체되는 일들에도 영향을 줘서 변화의 기운을 쏠리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10년 마다 벌어지는 일들은 예사롭지 않다. 경제 판갈이가 일어나서 그렇다.

지금 휩싸인 위기도 마찬가지다. 크게 보면 약 20년간 저유가, 저금리 속에서 전세계적으로 형성된 거대한 유동성이 꺼져가는 과정이다. 원유처럼 헐값 취급을 당한 곳이 제값을 찾아가면서 인플레이션과 기분 나쁜 동거를 해야 하는 시기다. 인플레이션이 가혹하지 않다고 해도 그 이전과 같은 달콤한 유동성파티는 기대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다이어트는 불가피하다. 유동성 호황의 와중에서 많은 것이 가치이상으로 부풀어 올랐다. 미국 베이비부머들은 주식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연기금도 주식에 자산의 50%이상 싣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 지나친 일로서 조정받아야 할 일이다. 부동산도 과도하게 유동성이 유입된 곳이고 여전히 가격에 거품이 많다.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우연의 반복 같은 일을 믿는 것 자체가 미신 같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이명박 정부도 임기중 맞는 10년주기 위험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현실성 있는 정책과 운용으로 배신감을 덜 줬을 것이다.

연 7% 경제성장해서 10년후 국민소득 4만달러의 7대강국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747공약이다. 균열이 일고 있는 경제판을 읽지 못한 채 정치적 목적만 생각해 높게 잡아버린 목표인데 참으로 민망하게 됐다. 인플레이션 바람 속에서 성장 쪽으로 억지로 가려다 결국 철수했다. 운이 없어 그리됐다고 말한다면 무책임한 일이다. 일어나는 일조차 읽지 못한 무능함이 분명 있다. 위기는 대처법을 늘 몸에 지니고 다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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