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은행 중 3개가 中 '금융올림픽 금메달'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8.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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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기준 공상ㆍ건설ㆍ중국은행 1ㆍ2ㆍ5위 차지

씨티와 뱅크오브아메리카, UBS 등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신용위기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 은행들은 파생상품 투자를 피한 것만으로 손실을 막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세계 5대 은행 중 중국 은행이 3개를 차지한다며 중국이 금융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딴 것과 다름없다고 4일 보도했다.



지난 주말 기준 전세계 시총 1위 은행은 공상은행(ICBC)이고 2위는 건설은행(CCB), 3위는 영국 HSBC은행이다. 중국내 3위인 중국은행(BOC)은 시총 기준 전세계 5위 은행으로 등극했다. 4위는 뱅크오브아메리카로 전세계 5위권 중 유일한 미국은행으로 간신히 체면 치례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1위는 씨티, 2위는 뱅크오브아메리카, 3위는 UBS였다. 이 세 은행은 이번 신용위기에서 자산 상각을 가장 많이 단행한 은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중심으로 한 파생상품에 잘못 베팅해 명암이 단번에 갈린 셈이다.



◇ 中 은행들, 신용위기 빛나는 선방

상하이 소재 SMC차이나펀드의 샤오 칭샤오 매니저는 "씨티와 메릴린치의 계속되고 있는 자산 상각을 볼 때 중국 은행들이 금융올림픽 메달을 딴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들은 리스크가 높은 파생상품 거래를 피해 2분기 이익도 눈에 띄게 늘었다. 공상은행의 2분기 순익은 정부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출 수요 증가로 전년비 50%나 급증했다. 2위인 건설은행의 2분기 순익도 50% 증가세를 보였다. 구미 은행들이 엄청난 손실과 자산상각을 발표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주가가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장부가격 대비 주가도 중국 은행들이 훨씬 높다. ICBC와 건설은행은 장부 가격 대비 주가가 각각 3.2배, 3.4배 수준이지만 씨티는 1배에도 못미친다. 시가총액이 장부가격보다도 낮다는 의미다. 세계 4위인 BOA는 1.07배다.

◇ 해외투자 中 은행들 손실, 中 투자 구미 은행은 대박



중국 은행들은 지난해 초부터 해외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은행들이 투자한 구미 금융기업은 블랙스톤, 모간스탠리, 바클레이, 포티스, 스탠다드뱅크그룹 등으로 투자금은 7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지난해 12월 50억달러를 미국 2위 증권사인 모간스탠리에 투자해 해외 투자에 나선 중국 자본의 결정판을 보여줬다. CIC는 바이아웃 전문 헤지펀드인 블랙스톤에도 30억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모간스탠리 주가가 그후 18%, 블랙스톤이 41% 급락해 최근 들어서는 공격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홍콩 JF애셋매니지먼트의 하워드 왕 매니저는 "투자 손실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은행들의 해외 투자가 멈칫해졌다. 당분간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에 투자한 구미 은행들은 쏠쏠찮은 투자 수익을 맛보고 있다. HSBC는 지난 2004년 교통은행 주식 19.9%를 인수했고 2002년에는 핑안보험 지분 10%를 확보했다. HSBC가 두 곳에 가진 장부 이익은 160억달러에 달한다.

BOA는 중국건설은행 지분 9%를 2005년 30억달러에 인수했다. 현재 장부가치만 140억달러로 늘었다.

구미은행들은 연간 성장률이 10%에 달하는 중국 시장에 계속 투자를 늘리고 있고 중국은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들이 최근 손실을 보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20년 후를 내다보면서 해외 시장을 공략중이라고 보고 있다. 단기 게임이 아닌 마라톤으로 생각하고 세계 금융 시장에서의 자리 매김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간의 아시아 보험영업 담당 사장은 "중국 은행들은 세계 시장의 전략적 투자자"라면서 "이는 불과 3~5년 사이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허수도 포함됐을 가능성



하지만 중국 은행들의 빛나는 선방에는 올림픽을 앞둔 중국 정부의 '관리'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높다. 최근 상하이와 선전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중국 전역의 부동산 가치가 재조정되고 있는 현상은 최근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다.

베스타시아의 글렌 헨릭슨 수석투자담당자는 "그들은 곧 자신들의 장부에서 의문이 가는 자산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은행들의 포트폴리오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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