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론스타, 박수치며 보내자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2008.08.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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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에서 하는 말과 공개적으로 하는 말이 다른 경우가 자주 있다. 직위가 높을수록, 공직에 있을수록 그런 경우가 많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 문제도 자리에 따라 말이 다른 경우다. 밥 먹는 자리에서 편하게 얘기해 보면 정부당국자도 정치인도, 재계나 금융계 인사들도 하나같이 이런 식으로 론스타를 5년 간이나 붙잡아두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한다.

우리가 어려울 때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가 은행이 정상화돼 돈을 버니까 헐값에 팔았다느니, '먹튀'니 하면서 매각을 승인하지 않는 건 좀 심한 처사라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 때만이 아니다. 이전 노무현 정부 때도 대부분 그런 입장을 보였다.
 
대표적 개방론자인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개인적 기억으로 전 위원장 역시 론스타 문제에 관한 한 일관된 견해를 갖고 있었다. 국민은행이든 HSBC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것인 만큼 이를 막아서는 안되고, 마찬가지로 론스타가 거액의 매각차익을 남겨 한국을 떠나더라도 배 아파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랬던 그도 공직에 오르자 말이 오락가락했다. 론스타 관련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와야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지난 6월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는 국익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다고 해도 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장의 오락가락을 성토할 생각은 없다. 자리가 그런 자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론스타와 외환은행 문제를 어떻게 결론내느냐는 것이다. 론스타의 협박이 두려워서도 아니고,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있기에 하는 말도 아니다. 결론을 낼 시점이 됐으므로 결론을 내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젠 박수를 쳐주며 론스타를 떠나보내자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외환카드 주가조작이나 헐값 매각 관련 재판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사실상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을 파는 데 제약이 될 수 없다.
 
헐값 매각 사건의 피고인은 론스타가 아니고 변양호·이강원씨다. 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론스타의 산업자본 논란 문제는 원래 펀드는 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데도 우리 정부가 예외조항을 둬 허용하고는 이제 와서 시비를 건 것이어서 모양새가 사나울 따름이다.
 
우리끼리 하는 말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국내 은행산업의 육성 발전과 경쟁력 강화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외환은행을 HSBC에 넘겨선 안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일부는 공감하지만 그러나 이것도 아니다. 지금 같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민이든 하나든 우리든 신한이든 외환은행을 인수해서 결정적으로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물 안 개구리식 발상이고 너무 안이한 생각일 뿐이다. 국내 은행장들이 본받아야 할 모델로 자주 거론하는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을 보면 금방 알 것이다.
 
조단위 차익을 챙긴 론스타를 박수치며 떠나보낼 때 남는 아쉬움이 한 가지 있긴 하다. 바로 국민은행이다. 2006년 6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했다가 헐값 매각과 먹튀 논란에 휩싸여 외환은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은행 입장에선 정말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이건 우리의 업보고 자업자득이다. 론스타에 우리가 퍼부었던 반감과 저주를 국민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았기 때문이다. 인생도 역사도 세상사도 이렇게 늘 역설적이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에 대해 이젠 그만 억지를 부리자. 박수치며 론스타를 보내자. 론스타가 이겼고 우리는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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