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종부세 '신중 모드'…어찌할꼬?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7.2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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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서 논의 시작, 부동산에 돈 가면 완화 안해"

한나라당이 갑자기 신중해졌다. 재산세, 양도소득세 완화 등 거침없이 감세 방안을 밝혔던 지난주와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종합부동산세 때문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종부세 완화는) 당론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오후엔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했다.



"정리 안 되는 현안을 듣고 보충하도록 하겠다"(임 정책위의장)는 취지였다. 물론 임 정책위의장이 원한 메시지는 간단했다. "한나라당의 당론은 종부세 완화가 아니다"와 "정기국회 때 논의를 시작하겠다". 아직 논의한 게 없고 정해진 것도 없다는 게 골자다.

그만큼 종부세에 대한 '걱정'이 깊다는 의미로 들린다. 당 인식이 '부자당'으로 고착되는 데 대한 걱정도 없진 않다.



하지만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손질을 해야 하긴 하는데 섣불리 하다가 시장이 혼란에 빠져 건드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어떤 반응을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임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내내 "지금부터 검토해봐야 한다" "신중히 가야 한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협의가 필요하다" 등을 되풀이했다. 신중 그 자체다.

"재산세 경감은 추진키로 했고 양도세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이를 두고 "양도세와 종부세 사이의 폭은 매우 넓다"고 했다. 거래를 활성화할 양도세는 예측 가능한 데 종부세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른바 두 마리 '토끼잡이'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 정책위의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가 내세운 큰 틀은 두가지.

그는 우선 현재 부동산 시장은 비정상적 시장으로 시장 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가격을 불안정하게 소지가 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양도세 완화로 '시장 기능 작동'을 꾀할 수 있지만 종부세는 '시장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걱정이 깔려 있다.

실제 종부세 개정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기준 금액의 상향 조정만 해도 그렇다. 6억원에서 9억원으로 기준 금액을 올릴 경우 종부세 부담이 줄어 6억원에 거래되던 집이 9억원 근처까지 오를 수 있지 않겠냐는 인식이 있다.

이뿐 아니라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은 더 큰 걱정거리다. 임 정책위의장은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 종부세는 분명히 손 못 댄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한편에선 여당이 분위기 조성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재산세'→'양도세'→'종부세'→'금융 규제' 등의 순서를 정해놓고 여론 등을 봐가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

한나라당 핵심 의원은 이와 관련 "재산세, 종부세를 개정한 다음에 금융규제도 본다"고 말했다.

또 종부세 개정에 대해 미온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정부를 다독이기 위한 제스처란 시각도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정부 측이 묘안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상 '여유'를 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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