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댓글을 달지 마라?

머니투데이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2008.07.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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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폭격식 규제정책으로 토종포털 뿌리뽑힐까 걱정

[광화문]댓글을 달지 마라?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를 명분으로 포털에 대한 규제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명예훼손을 이유로 댓글삭제를 요청했을 때 불응하는 포털은 처벌하고, 하루 방문자수가 20∼30만명인 사이트에만 적용됐던 게시판 본인확인제도 10만명 이상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까지 거들고 나섰다. 오프라인 형법에 존재하는 '모욕죄'가 사이버공간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포털 입장에서 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편으론 개인정보 탈취를 목적으로 한 해킹 세력과 싸워야 하고, 다른 한편으론 악성댓글을 올리거나 청소년유해물을 게시하는 세력을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거기에 명예훼손 댓글 방치에 대한 손배소송과 저작권 관련 형사소송까지 당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한메일' 로그인 오류로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대량 노출되는 사고까지 냈으니, 포털들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사실 포털에 대한 규제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포털업체는 매일 수천만명씩 드나드는 네티즌을 밑천삼아 돈을 벌고 있다. 때문에 이 사이버 공간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문단속을 잘해야 하고, 불건전한 게시물이 없도록 청소를 잘해야 한다. 블로그, 카페 등으로 마구 유통되는 불법저작물에 대한 단속의 책임도 있다. 이런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포털은 법제도를 동원해서라도 강제하는 게 맞다.



그러나 규제의 수위가 문제다. 융단폭격하듯 한꺼번에 쏟아낸 대책들이 실효를 거둘지도 의문이고, '규제를 위한 규제'로 인해 시장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댓글'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명예훼손을 이유로 댓글삭제를 요청했을 때 이에 불응하는 포털은 처벌하겠다고 했는데, 친고죄인 명예훼손은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이 있을 수 있어 다툼의 소지가 있다. 더구나 자연인이 아닌 정부와 기업이 명예훼손을 빌미로 댓글삭제를 요청한다면 정당한 비판마저 봉쇄당할 우려가 있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정부의 포털 규제대책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토종 포털사이트에서 댓글을 규제한다면 정부의 규제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구글이나 야후같은 해외 포털사이트로 활동무대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적지않다.


실제로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광고주 불매운동 게시글에 대해 삭제조치를 내리면서 구글의 방문자수는 100만명 이상 늘었다. 정부의 규제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토종포털을 이탈하는 네티즌들이 더 늘어날 것은 뻔하다.

포털사이트에는 댓글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매일 수천만개의 새로운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거대한 '광장'이고, 매일 수천건의 물건이 거래되는 대형 '쇼핑몰'이고,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카페나 블로그, 메일을 통해 '소통하는 공간이다.



포털이 가진 이런 산업 특성과 문화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규제일변도로 나간다면, 우리나라 인터넷산업은 분명 뒷걸음질할 것이다. 정부가 악성댓글의 뿌리를 뽑자고 토종포털의 뿌리까지 뽑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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