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과연 위기인가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2008.07.22 08:16
글자크기

"여차하면 금융폭탄" vs "미 서브프라임과 차이"

최근 파산을 선언한 미국 2위의 모기지 업체인 인디맥 뱅코프의 자산은 무려 320억 달러에 달했다. 서브프라임 여진도 있었지만 고객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가 결정적인 화근으로 꼽혔다. 특히 대형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객 이탈과 맞물리면서 단기 유동성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앞서 영국 5위의 모기지 기관인 노던록이 올 3월 국영화 수순을 밟게 된 것도 지속적인 예금이탈 때문이었다. 신뢰에 기반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입증하는 단적인 사례다. 동시에 국내에서 제기되는 저축은행발 금융위기론에 대해 당국이나 고객, 투자자들이 얼마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지도 보여준다.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의 뇌관이 될 수 있을까. 금융계 전문가들은 PF 대출의 부실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지방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PF대출에 대한 대비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위기론 왜 나오나"
건설사 도산→ PF대출 불똥
PF대출 연체율 14% 넘어서
'저축銀=부실' 편견도 한몫


◇'위기론' 왜 나오나=올 2월말 현재 PF대출 규모는 89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직접 대출은 73조원으로 은행이 44조원, 저축은행이 12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6조3000억원은 유동화 증권(ABS, ABCP)으로 발행됐다.
 
'저축은행 위기론'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서 출발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문을 닫는 건설사들이 생겨났고, 이들에게 PF대출을 내줬던 저축은행으로 불똥이 번진 것이다. 여기에 PF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자 '위기론'으로 포장됐다. 저축은행에 대한 고질적인 불신과 과거 저축은행의 연쇄 부도 악몽이 겹치면서 위기론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통계도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중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38개 건설사가 문을 닫은데 이어 6월에도 46개 업체가 간판을 내렸다. 서울 지역의 경우 부도업체 수가 13개로 전달에 비해 4개 줄어든 반면 지방은 33개 업체가 부도를 내 전달보다 12개 늘었다. 지방 저축은행이 더 위험하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저축은행 PF대출의 연체율도 지난해말 11.6%에서 올 3월말에는 14%대로 높아졌다. 시중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이 1%대에도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PF, 부도나도 70% 회수
대출비중도 지속적 하락
저축銀 대손충당금 충분



◇과연 심각한가= 하지만 PF대출을 위기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우선 저축은행의 총대출에서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말 29%에 달했던 PF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25.6%로 떨어졌고 올 3월말에는 24%대로 축소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8월 PF대출 비중을 30% 이내로 제한하고 30%를 초과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올 연말까지 이를 해소하도록 한 탓이다.

저축은행의 손실흡수능력(Coverage Ratio)은 크게 개선됐다. 2005년말 56.6%에 불과했던 흡수능력은 2006년말 89.5%로 높아진데 이어 지난해말에는 106.8%까지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이 일시에 부실화되더라도 이미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으로 상계처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저축은행 PF대출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저축은행들의 PF대출은 토지매입 자금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체가 부도가 나더라도 토지를 담보로 잡고 있어 70%까지는 회수가 가능하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토지가 경매에 넘어가면 시가의 70% 선에서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나머지 30%의 대출금은 회수가 되지 않더라도 이미 적립해 놓은 대손충당금과 내부유보금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