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대세하락인가 숨고르기인가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7.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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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새 16달러 하락… 1개월만에 130불 하회

-원유시장, 역대 최대 사흘 조정 기록
-투기세력도 생각달라질 것, 장기방향은 그래도 ↑
-인플레 부담 크게 완화


유가, 대세하락인가 숨고르기인가


오를 때와 마찬가지 하락의 속도도 빨랐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정의 속도가 더 빨랐다. 주요 자산의 버블 형성과 붕괴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3년에 걸쳐 형성된 버블은 길면 1년, 짧으면 6개월이 안돼 해소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번주 원유시장 움직임은 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역대 최대 사흘 하락..60일선도 이탈
17일까지 지난 사흘간 유가는 배럴당 15.89달러나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는 사흘 하락폭중 역대 최대다.
지난주 147달러선에서 129달러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14일 종가기준 고점대비 11% 떨어졌고 지난주 장중 고점대비 하락률은 12%에 달한다. 지난 1년간 100% 오르더니 불과 사흘만에 11%를 잃었다.



벤 버냉키 연준(FRB) 의장이 주중 연설을 통해 미국 경기 하강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선언하자 경기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수요증가도 이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됐다. 미국이 이란의 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밝히자 지정학적 위험도 줄었다.

이날 조정으로 원유 선물 가격은 20일 이동평균선에 이어 60일선까지 이탈했다. 60일선 이탈은 올초 조정 국면 이후 처음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중기 상승추세가 훼손됐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세상승의 고점이라 할 수 있는 일목균형표상의 상승 5파가 얼마전 완성됐다"며 보다 큰 의미를 두었다. 한동안 이전 고점을 넘는 흐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분간 랠리 없다..헤지펀드도 생각 달라질 것
원유 전문가들의 눈높이도 크게 낮아졌다. 17일 급락을 본 MF 글로벌의 원유 애널리스트인 에드 메어는 "미국의 원유 수요 감소, 재고 증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난달 증산 등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매수세들이 항복한 날이었다"고 전했다.


BNP파리바의 톰 벤츠 애널리스트는 "이번주 투매는 올해의 다른 매도에 비해 성격이 확연히 달랐다"며 "132달러는 6월 내내 뚫리지않은 강력한 지지선이었는데 힘없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이번 조정으로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세력이 포지션을 청산할 수 있다는 점도 추가조정의 근거다. 헤지펀드들은 수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 트레이딩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조정으로 강력한 매도 신호가 나타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뉴웨이브 에너지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조나단 벤자민은 "지난 6개월간 유가 랠리를 주도한 근거(공급 제한, 수요 증가 전망)가 완화됐다"며 투자자들이 원유 선물 매수를 자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방향성이 없어지는 혼돈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큰 조정이 이미 진행된 만큼 추가 조정보다는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바클레이 캐피탈의 폴 호스넬 애널리스트는 "유가 변동성이 워낙 높아졌다. 궁극적으로 방향성 없는 흐름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가 큰 폭하락한 데는 8월물 옵션 만기일이라는 시기적 특수성도 반영됐다.



◇장기적인 방향은 그래도 '위'

이번주 조정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방향은 아래보다 위라는 시각이 많았다. 일정한 조정이 지나면 다시 전고점을 향해 전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톰 벤츠도 "지금의 조정은 매우 적절하고 당연한 것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상승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론 19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란과 유럽연합(EU)간 핵문제 협상이 주요 변수다. 여기에는 미국 고위 관료도 참여한다. 이번 회의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규모가 가장 크다는 평가다. 뉴욕상품거래소 중개사인 파라마운드 옵션의 레이 카본은 "협상 결과가 좋지 않으면 유가는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 부담 완화..중앙은행에 숨통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험을 부추긴 유가가 진정되면서 각국의 물가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유가가 147달러선에서 130달러 아래로 순식간에 내려왔다며 이에따라 인플레 압력이 낮아졌고 중앙은행들에게는 숨쉴 공간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경기침체와 유가 및 상품가격 급등 사이에서 이렇다할 대안을 찾지 못하던 중앙은행들이 이제는 침체에 대해 보다 자신있는 대응을 할 수 있게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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