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님, 장관님 모시고 출근하세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7.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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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에너지절약 마련 부심
-전등 소등이어 아예 없애기
-더위 등 불편 늘어…홀짝제 시행 고민도

공공부문에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 대책이 15일부터 시행된다. 정부 부처들은 이미 각종 에너지 절약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넘치지만 공무원의 ‘머슴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국장님, 장관님 좀 모시고 오세요”=기획재정부는 승용차 ‘홀짝제’에 맞춰 간부들의 카풀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장관도 예외는 아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장관차량이 홀짝제로 운행하지 못하는 경우 근처 국장급이상 간부의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용차 대신 개인차량으로 출근하면 실질적인 에너지 절약 효과가 없어 카풀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

일상 업무에서도 장관은 장관차량이 아닌 일반 업무용 차량을 이용하게 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장차관용으로 연비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난 아반떼 경유 승용차를 구입해 국무회의 등 단거리 이동시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6월부터 출장시 관용차 대신 업무용 택시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차량유지비와 연료비, 주차비, 기사인력 등에서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등 없애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없애고=재정부와 환경부 등은 현재 점심시간 소등과 사무실 전등 끄기를 시행중이다. 운영지원과에서 매일 점검하고 있으나 지켜지지 않는 곳도 있다.

재정부는 창가 근처의 전등을 아예 없애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또 4층까지 엘리베이터 운행을 못하게 하기 위해 버튼을 없애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과천청사관리소는 이와는 별도로 복도 전등을 추가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환경부는 전기 스탠드를 구매해 야근때 활용토록 했다. 화장실에는 자동감지 센터를 설치해 이용자가 있을 때만 전등이 켜지도록 개선을 추진중이다.

◇"야근도 하지 말아라"=환경부는 매주 수요일을 ‘야근 없는 날’로 지정운영하고 국회회기 기간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근 수당을 미지급키로 했다. 환경부는 야근수당 절약분을 에너지 절약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재정부 역시 직원들의 정시 퇴근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중이다. 시간외 수당을 줄이거나 야근을 하면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전날 오전 예정에 없던 직원 전체조회를 열어 “오늘부터 일이 없는 직원은 6시에 퇴근하라”고 지시했다.

◇승용차를 하나 더 사야하나=공공부문 에너지절약 강제와 각 부처별 자율적인 에너지 절약으로 공무원들의 불편함을 더욱 늘어났다. 더위는 만만찮은 고통이다. 특히 6~7층 고층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더위가 그야말로 싸워야 할 대상이다.

현재 과천청사는 각 층별 온도를 평균해 26℃이상이면 일괄적으로 에어컨을 작동시키고 있다. 6~7층 고층은 저층보다 온도가 높아 에어컨의 혜택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에어컨을 켤 때 고층을 상대적으로 배려하고 있지만 작동전까지는 더위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제 대책에 대한 공무원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특히 승용차로만 출근할 수 밖에 없는 공무원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컨대 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A사무관은 남양주시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남양주시를 오고가는 출퇴근 셔틀버스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교통을 불편해 자가용을 몰고 다닌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부문 홀짝제로 A사무관은 출퇴근을 위해 자가용을 하나 더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어린이를 과천 어린이집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공무원도 승용차 출퇴근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어린이를 데리고 올 수 밖에 없는 직원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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