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한 평일 촛불…이대로 조용히 꺼지나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7.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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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촛불'이 조용하다.

6일에 이어 7일도 경찰이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했지만 큰 충돌 없이 촛불시위는 마무리됐다. 참여인원도 300~500명 수준으로 '조촐'했다.

종교계도 일단 발을 뺐다. 지난달 30일부터 평화시위를 이끌어 온 천주교, 불교, 원불교 성직자들은 단식기도를 마무리하거나 시국법회를 보류한 상태다. "정부의 반응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개신교는 7일 촛불시위를 주관했지만 역시 대규모 행사는 준비하지 않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운영위원회를 열어 "평일은 각 부문과 단체가 주관한다"고 결정했다. 대책회의는 주말 등 특정한 날만 집중해 시위를 주최하고 평일은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8일 저녁 MBC 앞에서 예정된 촛불시위도 민주노총 주최다.

정부는 여전히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 오히려 최근 경제 위기 상황을 부각해 쇠고기정국을 끝내려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위가 계속될 경우 한국경제의 미래에 매우 해로운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에서 유임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일 "최근 시위가 폭력화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경찰의 압박도 세다. 7일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촛불시위 원칙적 원천봉쇄"와 함께 "종교인들도 사법처리를 검토한다"고 발언했다. 이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기 위해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 7월5일 서울도심을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 ⓒ이명근 기자↑ 7월5일 서울도심을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 ⓒ이명근 기자
하지만 아직 변수는 남았다. 대책회의가 오는 12일과 17일에 대규모 집중 촛불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농민단체도 9일 전국 동시 다발 '쇠고기협상 무효 농민대회'를 연다.


그 동안 평일에 수백 명에서 수천 명 수준으로 참여 숫자가 줄다가도 주말에 수만, 수십만으로 불어나는 경우는 흔했다. 최근 2주간 토요일 모두 '6.10'이후 최대인파를 기록했다. 자칫 평일에는 조용하다가 주말에 '국민MT'가 부활하는 형국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묘한 대치'가 어떤 새로운 상황을 낳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정부와 재계는 "재협상 불가, 경제회복 집중" 방침이 확고하다. 적지 않은 여론이 이 주장에 동조하는 것도 사실이다.

접점이 없다. 주말이면 시위에 참여하는 수십만의 시민들은 여전히 "재협상만이 해답"이라 주장한다. 수배된 간부 6명이 검거를 피해 조계사에서 천막농성 중인 가운데 대책회의는 "청와대가 사실상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이라 주장한다.

5월24일 '촛불' 20여일 만에 정부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낀 시위대는 청계광장을 벗어나 거리로 나왔다. 다시 한달 뒤 고시가 강행되자 격렬한 폭력사태로 번졌다. 종교계가 합류하면서 '비폭력 평화시위'는 지켜졌지만 여전히 시위대가 보기에는 '성과'가 없다. 잠잠한 촛불시위의 다음 변화가 불안한 이유다.

↑ 7월 6일 새벽 시위 참여자들이 귀가할 생각을 하지 않고 거리에 드러누웠다 ⓒ이명근 기자↑ 7월 6일 새벽 시위 참여자들이 귀가할 생각을 하지 않고 거리에 드러누웠다 ⓒ이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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