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정책기조··시장만 혼쭐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7.0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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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반기 경제운용]

- 올초 '금리인하' 시사..지금은 '유동성 긴축'
- "출범초 정책적 판단 오류"
- "유동성 긴축 땐 3∼6개월뒤 경기둔화 심화"

난데없는 정부의 유동성 긴축 방침에 주식시장이 주저앉았다. 정부가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한 2일. 코스피지수는 2.6% 하락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대기업 인수·합병(M&A) 대출을 억제하겠다고 발표한 여파가 컸다.



올초까지 정부는 '성장'에 무게를 두고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유동성 완화 기조를 시사했다. 그러다 5월부터는 '물가안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유동성 관리 대책까지 내놨다. 6월 소비자물가가 10년만에 최고치인 5.5% 급등하는 등 물가불안이 서민생활을 짓누른데 따른 고육책이었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장기적 안목 없이 상황에 따른 대증적 처방에 급급하다 보니 곳곳에서 시장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을 강조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기더니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환율을 내리누르는 식이다.



정부가 이번에 물가안정책으로 내놓은 유동성 관리 방안도 오락가락 정책기조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올초 최근 물가불안은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이라는 점에서 유동성 관리는 유효하지 않다고 밝히며 은근히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수요촉진을 위한 금리인하와 비용인상 물가상승은 무관하다는 논리였다.

강 장관은 지난 2월29일 취임 즈음엔 "현재의 물가 오름세는 국제유가와 곡물가 인상 등 대외여건 탓으로 중앙은행의 유동성 관리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25일 한 강연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차가 2.75%포인트(당시 기준)까지 벌어졌는데 무엇이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며 금리인하를 통한 한미 금리차 축소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같은 입장은 불과 3개월도 안 돼 돌변했다. 강 장관은 이날 "유동성이 적을 때보다는 많을 때 물가상승 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동성을 죄는 것이 물가를 안정시키기에 그나마 좀 더 낫다는 얘기다.


국제유가 급등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으로 물가가 뛰어오르는 상황에서 그나마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낸 것이 '유동성 관리'다.

그러나 유동성에 대한 정책기조를 정부 스스로 뒤집은 것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곱지 않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지금처럼 물가안정이 우선시되는 상황이 올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분명 정부 출범초 정책적 판단을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초 성장에 '올인'한 뒤 지금은 물가에 '올인'하는 식의 정책적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시장의 불만이 높다. 특히 현 시점에서 유동성 긴축 정책을 펴는 것을 놓고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지금은 물가상승과 수요위축이 함께 진행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물가상승 문제는 자연히 해소될 수 있다"며 "유동성 긴축 정책이 추진될 경우 그 효과가 가시화되는 3∼6개월 뒤에는 수요위축과 유동성 긴축의 영향이 겹쳐 경기둔화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시장 관계자는 "경제현상이란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돼 나타나는 것인데 이를 놓고 균형과 조화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 아래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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