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3차 오일쇼크 발언 왜?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7.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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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대통령 "1,2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3차 오일쇼크 직면"
- 靑 고위관계자 "유가급등, 정치사회 불안 등 오일쇼크와 유사"
- 李 대통령 "정부, 국회, 기업, 근로자 힘 모으자"

가뜩이나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으로 어지러운 가운데 청와대발 오일쇼크 경고가 터져 나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 최근의 경제현안과 노동계 파업을 거론하며 "최근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은 1,2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3차 오일쇼크라고 할 만한 상황"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현 상황은 외환위기 보다는 2차 오일쇼크와 비슷해 보인다. 굳이 표현한다면 제3의 오일쇼크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는 실물 분야가 아니라 외환, 금융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일종의 흑자도산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유가가 급등하고 쇠고기 파동 등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한 현 상황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신군부의 쿠데타 등으로 어지러웠던 1980년 당시 2차 오일쇼크와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유가 급등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사전에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에게 유가급등의 실상을 공개하고 이런 경우에는 이런 정도의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오일쇼크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국제유가 상승과 이에 따라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6월30일 현재 두바이유는 배럴당 136.1달러로 150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인 150달러가 무너질 경우 골드만삭스가 예고한 2년내 200달러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하면서 올 들어 6월 말까지 원유 수입액은 434억 달러로 지난해 269억 달러와 비교할 때 61%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당초 예상한 6%에서 4.7%로 하향 조정했고, 경상수지 적자는 70억 달러 내외에서 1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수정했다. 저성장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 쇠고기 사태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비상시국에 직면했지만 경제난국 돌파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쇠고기에 발목이 잡혔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할 청와대와 대통령 역시 국민의 신뢰 상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정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3차 오일쇼크를 거론하며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 난국은 정부 혼자만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렵고 정부, 국회, 기업, 근로자 등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정부부터 고유가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물가안정과 경기활성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국회도 속히 문을 열어 정부가 마련한 민생안정대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규제개혁이나 감세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각종 제도개선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또 "기업과 근로자, 가계도 일자리 창출과 위기 극복을 위해 제 몫을 다하고, 서로 조금씩 참고 양보하는 고통분담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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