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쓰레기 양이 관련이 있다고 하면 뚱딴지같은 얘기라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학자인 카일만(John Keilman)은 ‘쓰레기지수(Trash Indicator)'를 만들어 경기진단에 활용했다. 1990년대 호황기 때 시카고의 쓰레기 량은 매년 2~10% 증가했지만, IT버블이 붕괴됐던 1999~2000년에는 6%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는 1940~1950년대 유행했던 여자의 스커트가 길어지면 불경기이고, 짧아지면 호경기라는 것과 연결되는 경기진단법이다. 당시에 스타킹 값이 매우 비싸(샐러리맨들이 선물로 사기에 부담될 정도로) 불경기에는 스타킹 선물이 줄어들어 스커트가 길어지는 반면 호경기에는 스타킹 선물이 늘어남에 따라 스커트도 짧아졌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세계적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체감경기를 알아볼 수 있는 6개 리스트를 제시한 적이 있다. 신차 판매량, 운전기사에 대한 수요, 부동산 붐, 해외여행, 애완견 수요, 유방확대수술 증가 여부 등이 그것이다.
한국에서는 한 때 여의도의 포장마차 수를 경기진단 보조지표로 활용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이 하락세이면 증권선물거래소 근처에 포장마차가 늘어나는데 이는 불경기를 의미한다. 반면 주가가 오르면 주머니가 두둑해진 증권맨들이 고급 술집을 찾아가기 때문에 포장마차가 줄어든다. 지금은 상황이 약간 바뀌었지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포장마차 지수는 어느 정도 경기상황을 반영해주는 지표가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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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요즘 경기를 진단할 수 있는 체감지표는 무엇일까? 뭐니뭐니해도 도로 교통상황일 것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고 휘발유와 경유 값이 리터당 2000원에 다가서면서 차량 운행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엔 서있는 차들이 늘어난 반면 출퇴근 시간에도 교통체증은 현저히 개선됐다. 또 택시 승객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지하철과 버스의 혼잡도는 높아지고 있다.
또 비정규직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경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직이 줄어든 뒤에 정규직 자리도 감소하기 때문에 아직 정규직 감소까지는 이어지고 있지 않지만 조만간 정규직 실업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런 현장경제 지표에서만 보여지는 것은 아니다. 비료값이 6월중에 2배 가까이 올라 농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5월중에 5% 가까이 올랐던 소비자물가지수는 6월중에 더 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모두가 우리의 삶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것들이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살리기’를 위해 뽑아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경제가 나쁜 것은 원자재값 급등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 등 해외 요인이 크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의 탓이기를 따지기 전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주위에서 경기가 좋지 않은 지표들을 보는 것보다 환하게 피어나는 살림살이이다. 이 대통령이 ‘경제대통령’답게 답답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주기를 국민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