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청와대에 '명세빈' 안 나오는 이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06.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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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내각 새 얼굴 하마평 여전히 '고소영'
- 코드 맞춰 고르다 보니 인재풀 좁아
- "인적쇄신 핵심 세대교체돼야"

'고소영' 청와대에 '명세빈' 안 나오는 이유


청와대가 주중 청와대 개편, 다음주 개각을 앞두고 세운 원칙은 '명세빈'이다. 명백히 세가지가 빈약한 인물, 비(非)고려대·비(非)영남·비(非)자산가란 뜻이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 부자)' 논란을 피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하마평에 오르는 새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고소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통령실장을 포함해 대폭 교체를 예고한 청와대 수석진의 후보 대부분은 영남이나 고려대 출신이다.

우선 대통령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고려대 경영학과,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은 영남(경남 마산) 출신이다. 윤 전 위원장은 경질과 유임의 경계선에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으로도 점쳐진다.



민정수석 후보군도 영남 출신이 대부분이다. 정종복 전 한나라당 의원은 경북 경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했던 정동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경북 봉화 출신이다. 함께 후보군을 이루고 있는 박영수 서울고검장은 고려대 법학대학원을 나왔다.

홍보특보로 확정됐다고 알려진 박형준 전 의원은 부신 출신에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또 경제수석으로 유력시되는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부산)과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부산), 정무수석 0순위 후보인 맹형규 전 의원(고대 컴퓨터 과학기술대학원 수료), 기획조정비서관 물망에 오른 김해수 전 선대위 후보 비서실 부실장(고대 행정학과) 등도 '고소영 인사'의 연장판이다.


내각 쪽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 후임으로 거론된 권오을 전 의원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고려대 정외과를 나왔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인 전재희·신상진 의원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 황우여 의원은 고려대 대학원 동문이다. 전 의원은 경북 영천 출신이기도 하다.

아침·저녁으로 경질과 유임의 정반대 얘기가 나오는 총리 후보들은 '고소영'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장고'에 비해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보수대연합설을 촉발시켰던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는 고령에다 보수적 색채가 강해 '행동하는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이 대통령의 색깔과 맞지 않는 인물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 대표 총리 카드는 지역 안배 차원에서 고려된 것이지 쇠고기 정국을 추스릴 적임자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인사 때마다 박근혜 총리론에 이어 나오는 심대평 총리설은 이 대통령이 보수세력 대동단결로 난국 돌파를 꾀한다는 비판을 불러와 인적쇄신의 순수성마저 의심받는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

후렴구처럼 따라붙는 강현욱 전 전북지사와 이원종 전 충북지사도 친여 성향으로 구색맞추기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에선 '대폭 교체'를 선언한 청와대 수석·내각 후보가 지난번 인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쪽으로 흐르는 데 대해 후보군을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드에 맞는 사람만 고르다 보니 인재풀 자체가 좁다는 얘기다. 몇몇 사람에서 고민하다 보니 '고소영 인사'를 벗어날 수 없는 데다 인사시기도 늦어진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러다 보니 지난 인사에서도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번 인적교체의 핵심은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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