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나라당 '오버'에 "말은 못하겠고…"

심재현 기자 2008.06.1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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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만 부글부글

공기업 민영화 연기 등 최근 한나라당 주도로 진행되는 정부 정책기조 변화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는 불쾌감을 속으로 삭이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최근 구석에 몰린 청와대의 입장을 의식한 듯 "뭐라 하겠냐"고 말을 아끼면서도 "당에서 공기업 민영화 등을 미룬다고 해서 민영화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기업 민영화 등은 새 정부의 주요 국정 어젠다인 만큼 청와대가 직접 챙길 사안이고 당이 개입하는 것은 '오버'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상 할 말을 다 하진 못한다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어찌 됐든 지금은 쇠고기 정국 돌파와 민생 안정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동조할 수밖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은 원래 그런 데지만…"이라고 한숨을 지으며 '우군'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감추지 않았다.

사실 최근 여당 주도의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의 불쾌한 반응은 며칠 전부터 계속됐다. 공기업 민영화 연기를 비롯해 청와대 수석비서진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 요구와 정치인 대거 등용 등 한나라당이 내놓는 국정수습 방안에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었다.

지난 12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사문제에 대해 (당 쪽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폭이나 시기에 대해 대통령 결심이 안 섰는데 (후임자) 이름까지 나오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이거 너무하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정두언 의원이 "(인적쇄신 문제는) 끝을 보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 "시국이 어렵고 엄중해 우리가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가야 할 텐데 일부 의원의 묻지마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서로 사랑이 조금 부족했느냐"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려는 우리들이 성숙한 인격이 모자라는 것은 아닌지…"라고 말해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여권 안팎에선 이에 대해 사태가 당청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쇠고기 정국으로 국민들이 청와대와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청 갈등까지 터지면 정국은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갈 것"이라며 "지난 총선 공천 파동을 교훈 삼아 당정청이 민심수습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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