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토종PEF]④ 메자닌? 주식담보대출!

더벨 현상경 기자 2008.06.1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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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고정수익 원하는 LP 대다수..믿을만한 GP 없는것도 문제

이 기사는 06월15일(17:1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PEF업계에는 투자자(LP)가 운용사(GP)를 좌지우지하는 명확한 '갑을관계'가 형성돼 있다.



해외 PEF에서도 힘이 LP에 쏠리는 것은 보편화된 현상. 그러나 국내는 GP가 너무 많아 상대적으로 LP가 더 귀하다. 또 LP들이 무시할 수 없는 '명성'(Reputation)을 가진 GP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LP를 모시고 섬겨야 할 대상으로 만든다. LP들은 GP들을 쉽게 만나지만 GP들은 대형 LP에게 명함 한장 내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GP들이 겉으로는 표현 못하는 국내 LP들에 대한 불만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불만이 "바이아웃 투자를 하겠다는 건지, 고금리 대출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권을 위해 지분을 사들이는 PEF의 바이아웃 투자는 수익이 날 때까지 수년이 걸린다.

몇년뒤 고가에 기업을 재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라도 해야 투자수익이 나오기 때문에 해당기간 동안은 '배당'형태가 아닌 다음에야 수익을 낼 방안이 없다.
[4년차 토종PEF]④ 메자닌? 주식담보대출!


하지만 국내 LP들은 이런 속성을 무시한다. 엑시트(exit)를 통해 '대박'이 나는 건 나중 문제고, 매년 고정적인 7~8% 수익을 요구한다.


매년 수익이 보장되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 우선주 등을 투자대상으로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EF의 한 관계자는 "메자닌(Mezzanineㆍ융자와 투자의 중간성격)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고 있기는 하지만 '주식담보대출'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LP들이 이런 비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사정은 있다.

가장 큰 문제가 투자를 결정하는 임직원과 성과를 향유할 임직원간의 '미스매칭'이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투자관련 부서들이 순환보직 체계를 따르고 있다보니 당장 과감한 자금집행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지금 A라는 PEF에 투자해 몇년 뒤 큰 수익이 난다고 해도 이로 인한 '과실'은 투자를 결정한 임원이 아닌, 수년뒤 그 자리에 있을 임원에게 돌아간다. 리스크는 내가 지고 이익은 남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반면 투자결정에서 손실이라도 나면 수년뒤 그 책임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남을 위한 대박보다는 본인을 위한 고정수익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

연기금 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국책은행의 경우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수십억원의 이익을 내도 돌아올 인센티브가 직원당 50만~1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손실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물어 자리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4년차 토종PEF]④ 메자닌? 주식담보대출!
또 다른 LP관계자는 "해외 PEF업계에서 초대형 메자닌펀드가 인기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안전장치를 설정해 놓으면 LP들도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마땅한 상품이 없다"고 지적했다.

GP들이 자금을 모으기 전후 태도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LP측의 한 관계자는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찾아올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 성심성의를 다하다가 일단 자금을 받아간 후에는 연락조차 뜸한 회사도 없지 않다"며 "투자한 돈이 어떻게 집행이 되고 있는지, 해당기업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꾸준히 알려주는 고객관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작년말 금융연구원 등은 보고서를 통해 LP들의 'GP 솎아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난립하는 GP들 가운데 경쟁력 있는 GP들을 차별화하려면 감독당국의 제도나 법령보다는 LP들이 나서서 좋은 GP들을 골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GP와 LP를 막론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차라리 GP가 LP를 고를 수 있는 환경이 돼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LP에 힘이 쏠려 있는 현재의 상황이 GP는 물론, LP 스스로에게도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LP측 관계자는 "투자부서 임원을 설득할 때 "아~OOO펀드면 믿을만 하겠군"이란 회사가 나타나면 LP들도 편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PEF 관계자들은 "해외에는 이미 여러 LP들이 한꺼번에 '우리 자금을 써달라'며 투자금을 들고 몰려오는 PEF들이 있다"며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펀드가 출현하는 것이 업계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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