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100년 기업의 조건?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2008.06.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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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에 111년된 회사를 만났다. 1897년에 설립됐다. 우리나라에서 최고(最古)로 알려져 있는 두산의 전신인 '박승직 상점(1896년)'이 문을 연 1년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회사다. 지금도 설립당시와 같은 상호를 사용하고 있고, 같은 업종을 영위하고 있다. 게다가 장소까지 똑같다. 한 자리에서 111년을 버텨온 것이다.

어떤 회사일까 궁금해하겠지만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회사다. 까스활명수, 후시딘 등으로 알려져있는 동화약품 (7,960원 ▲100 +1.27%)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수차례 옥고를 치렀다. 일제의 압박으로 회사는 어려움에 처했다. 그런 와중에도 회사내에 서울연통부를 설치, 각종 정보와 군자금을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일을 했다. 서울연통부는 상해임시정부가 서울에 설치한 비밀 행정부서다.

급기야 부도위기에 처했을 때 이 회사를 인수한 사람도 독립운동가였다. 신간회 간부로 독립운동을 했고, 옥고를 치렀다. 그의 아들도 광복군으로 활동했다. 1944년 일제에 의해 학도병으로 강제 징집되었다가 탈영, 상해에 있는 정부군을 찾아가 광복군에 들어갔다. 광복군 활동을 했던 그가 지난달 사재 165억원을 출연, 재단을 만들었다. 이 재단은 다양한 장학사업과 학술지원에 관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회사로고인 '부채표'의 의미는 종이와 대나무가 합쳐져 바람을 일으키는 것처럼 동화약품이 사회에 바람의 역할을 하자는 뜻이라고 한다.

# 그날 저녁, 한 식당에 갔다. 저녁에 한팀만 받는 프랑스요리집이다. 여사장을 포함해 3명의 요리사가 저녁을 준비한다. 자리는 딱 8자리다. 그 이상의 인원은 받지 못한다. 인원이 작을 땐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그녀는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와서 직장생활도 했다. 그러다 35세가 되던해 요리에 빠져 프랑스 요리학교로 날아갔다. 그리곤 요리와 인생을 맞바꾸었다. 파란물이 손에 배도록 개구리를 잡았고, 꿩의 목을 쳤다. 정통 프랑스요리를 배웠지만 그녀만의 방법을 사용한다. 그녀는 식당이 미디어 등을 통해 소개되는 것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그 가게엔 간판도 없다. 직접 맛을 통해서 손님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천천히 가고 싶어서란다.


# 그 가게에서 한 상장사 사장과 만났다. 그에게 회사가 100년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물었다. 처음에 그는 이 물음을 외면했다. 대답을 하지 않은채 다른 주제로 슬쩍 넘어가버렸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 저녁자리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 가서야 그 얘기를 꺼냈다.

"어떻게 해야 회사가 100년을 갈 수 있는지 물었죠. 그 답은 이익을 내는 겁니다"
"그래도 100년동안 기업이 영속하려면 돈 말고 뭔가가 있지않겠어요"
"물론 그렇겠지만 기본은 돈을 버는거죠. 그게 기본이고, 기본을 지키고 나서야 다음이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2년동안 적자를 보고나서야 절실하게 깨달은 겁니다. 적자내는 회사의 사장은 돈을 못 벌어오는 가장과 같아요. 가장은 가정을 유지시켜야 하고, 사장은 회사를 유지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거죠."



`이익을 내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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