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 위기는 위기네…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5.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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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경제위기설이 제기된 가운데 베트남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25.2% 급등하고 5월 누적 무역적자도 전년의 세 배에 달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베트남 증시의 VN주가지수는 2003년 이후 최장인 16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증권 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중앙은행은 지난해 과도하게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자 이번달 기준 금리를 단번에 3.25%포인트나 인상했다. 이에 따라 부도를 우려하는 주택 건설업체들이 공사를 중단하고 호치민의 아파트 가격은 50% 이상 폭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도 후폭풍을 맞았다.

경제 위기설이 지나친 비약이라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가 불안하다는 데 이견을 제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 5월 CPI, 전년비 25.2% 폭등

블룸버그통신은 27일 베트남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25.2% 급등했다고 베트남 통계청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1992년 이래 16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던 전달 상승률 21.4%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달인 4월에 비해서는 3.91% 상승, 월간 상승률로도 95년 이후 13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급등한 것은 쌀 등 필수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른 여파로 베트남 통계청은 분석했다.

◇ 5월 누적 무역적자 전년비 세배

베트남 통계 당국은 전날에는 5월까지 무역적자가 144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42억5000만달러에 비해 세 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수출은 234억달러로 27% 증가한 반면 수입은 378억달러로 67% 급증해 적자 규모가 급증했다.

수입액이 급증한 것은 원유와 철강, 기계류 등 원자재 수입이 큰폭 늘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철강류 수입액은 84% 급증했고 기계장비 수입액은 43% 늘었다.

반면 주요 수출품인 쌀 수출액은 쌀 가격 강세에도 불구하고 13% 증가에 그쳤고 커피는 작황 악화로 수출액이 오히려 10% 줄었다.

◇ 증시 급락-채권 수익률 급등-환율 급등

베트남 주가지수는 전날까지 무려 16거래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수가 16일 연속 하락한 것은 지난 2003년 10월 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올 들어 하락률도 54.64%에 달한다.

주식 시장이 신뢰를 잃자 베트남 국채 수요도 급격히 줄어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세다.

베트남공상은행(ICBV)의 르 투크 토 투자부문장은 "채권 시장도 주식 시장과 비슷하다. 거의 거래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회복 신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존 채권 투자자들 조차 손실 확대를 피하기 위해 채권을 내다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채 수요가 급감하면서 5년 만기 베트남 국채 수익률은 지난 2006년 7월 이후 최고치인 14.42%까지 상승했다.

베트남 통화인 동화 가치도 급락세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수출 지원을 위해 통화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발언을 해 약세 추세가 전환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달러당 1만5400동이던 동/달러 환율은 이달엔 1만6500동까지 올라 통화 가치는 7% 이상 급락했다.

◇ 호치민 아파트 가격, 1월 대비 50% 폭락

부동산 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지 언론인 사이공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호치민시의 아파트 가격이 지난 1월에 비해 50%나 떨어졌다고 전했다.

중앙은행이 신용 시장 진정을 유도하고 있는 데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매수세가 현격히 줄었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극성을 부리면서 호치민시의 주택 공사 현장이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은 나날이 급등하면서 부도 사태를 우려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 중앙은행 금리인상으로 시중은행 수신금리도 상승

베트남의 지난해 신용 증가율은 50%에 달해 자산 가격을 과도하게 부풀려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 가격과 아파트 가격 등 자산 가격이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세와 맞물려 최악의 인플레이션 국면이 초래됐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지난 19일 8.75%에서 12%로 3.2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8.75%로 묶어뒀다.

베트남 중앙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상향조정한 것을 계기로 베트남의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는 15%대로 인상됐다. 동남아은행(SEAB)은 14개월 수신금리를 15.6%로 인상했고 사이공하노이상업은행(SHB)은 4∼13개월 수신금리를 15%로 높였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2일 베트남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낮췄다. 경기 과열로 거시경제 안정성의 리스크가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베트남의 응웬 신 훙 수석 부수상은 지난달 베트남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9%에서 7%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1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7.4%로 지난해 같은기간 8.5%보다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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