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관련협회 “기등재약평가 중단” 공동성명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05.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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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협회·KRPIA, "현 약가재평가 보건양극화 초래할 수도"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기등재의약품목록재정비 사업을 중단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약협회와 KRPIA는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진행된 ‘기등재약재평가를 위한 시범사업’은 관련 학계와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며 “진행중인 사업을 일정기간 중단하고 원점에서 각계의 의견수렴한 합리적 정책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정책추진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관련전문가들이 최근 한 학회를 통해 이번 시범평가가 가진 기술적, 학문적 오류를 지적했다”며 “이는 추진 과정에 있어서 자문 및 결정에 참여한 위원회가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국민 건강과 직결된 정책은 관련 학회 및 의학 전문가의 충분한 자문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고지혈증 치료제 평가에 대한 학문적 자문을 수행해 온 두 학회는 심평원이 학회의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약가재평가를 진행했다고 공식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양 학회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정책 결정인 만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의학적, 기술적 전문성에 기초한 투명한 정책 집행의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기등재약 약가재평가가 제약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 양 학회의 주장이다.

이들 학회는 약의 성분이나 약효에 상관없이 단일한 가격을 받아야 한다면 인류의 건강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더 좋은 약을 만들고자 하는 제약사들의 개발 노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 건강권 보호가 비용 절감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제약협회와 KRPIA는 “이번 약가재평가로 인해 오래된 약은 건강보험으로 제공하고 치료효과가 높은 신약은 환자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러한 비급여 의약품의 증가는 경제수준에 따른 보건의료서비스 사용의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약품의 재정적 요소에만 집착한다면 국민건강의 피폐와 보건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제약협회·KRPIA, 공동성명서 원문.

  
기등재 의약품 재정비 사업의 합리적 운영을 촉구한다
- 복지부, 심평원은 고지혈증치료제시범평가 철회하고, 공청회 개최로 여론 수렴해야 -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는 기등재의약품목록 재정비사업 추진을 일정기간 중단하고, 원점에서 각계의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를 통해 합리적 정책 기준을 설정하기를 촉구한다.

정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진행된 ‘기등재약 재평가를 위한 시범사업(이하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어, 관련 학계와 업계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정책추진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관련전문가들 역시 지난 5월 16일 개최된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를 통해 이번 시범평가가 가진 기술적, 학문적 오류를 지적함과 동시에, 추진 과정에 있어서 자문 및 결정에 참여한 위원회가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성급한 결론을 내렸음을 확인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정책, 관련 학회 및 의학 전문가의 충분한 자문 필요



대한심장학회와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서는 ‘2008년 4월 8일 심평원에서 주관한 간담회에서 그간 학문적인 자문을 수행하여 온 양 학회의 동의절차를 생략한 채 일방적인 내용으로 진행되었던 점에 대하여 유감을 표시하는 바이며, 본 간담회에서 공개된 심평원의 판단사항에 대하여 이를 수용하거나 동의를 표명한 경우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개별 약제의 평가과정에 인용된 제반 연구들의 학문적 검증이 투명하게 충분히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환자에게 적절한 약을 선택해야 할 의사의 처방권 침해 소지가 있고, 최신 약제의 신속한 도입에 장벽이 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 관계 당국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정책 결정인 만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의학적, 기술적 전문성에 기초한 투명한 정책 집행의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약 기업들의 투자 위축,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악영향

복지부와 심평원은 모든 치료제의 성분에 상관없이 단일가격을 적용하겠다고 결정했다. 약의 성분이나 약효에 상관없이 단일한 가격을 받아야 한다면, 인류의 건강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더 좋은 약을 만들고자 하는 제약사들의 개발 노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약효가 개선된 신약이 수년 전 개발된 약보다 더 싸게 출시되어야 한다면 어느 기업이 막대한 비용과 시일이 소요되는 R&D투자에 나서겠는가?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경제운용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제약산업을 국가성장동력으로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경제기조와도 상반되는 일이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 비용 절감보다 우선시 되어야

좋은 약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것은 이번 정책의 한 단면만을 부각시킨 구호에 불과하다. 오래된 약은 건강보험으로 제공하고, 치료효과가 높은 신약은 환자부담으로 전가될 이번 정책의 결과에 대해, 관계당국은 국민들에게 성실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제약사들이 일방적인 약가 인하 강요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경우에는 비급여로 전환되어, 약제가 꼭 필요한 환자들은 건강보험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 부담금 100%를 내는 상황이 예견된다. 이러한 비급여 의약품의 증가는 경제수준에 따른 보건의료서비스 사용의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도 전문가들에 의해 수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정부가 국민건강은 뒷전으로 미루고 재정적 요소에만 집착한다면 국민건강의 피폐와 보건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우리 두 협회는 합리적인 기등재 의약품 평가 시스템 구축으로 국민 건강증진의 발판을 마련할 것을 간절히 기원한다. 그를 위해, 기등재의약품 목록재정비 시범사업을 일정기간 중단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줄 것을 요청한다. 학계 업계는 물론, 환자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통해 합리적 정책수립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합리적 정책추진의 근거를 확보해 줄 것을 재차 촉구하는 바이다.



2008.5. 26
한국제약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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