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베트남, 외환위기 오나?

이성훈 KOTRA 호치민무역관장 2008.05.20 14:41
글자크기
[기고]베트남, 외환위기 오나?


최근 일본 다이와증권사는 베트남이 수개월 내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베트남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서의 이미지로 갖고 있던 우리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는 소식이다.

연 8%대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베트남 경제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는 징조는 여러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역수지는 올 1~4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390% 증가한 111억불 적자를 기록해 2007년 연간 무역적자 124억불에 근접하면서 올해 정부 예상치인 200억불을 쉽게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수지 적자 원인으로는 원부자재/중간재 산업이 취약한 베트남 특성상 국제원자재 가격급등의 직격탄을 받았고, 대형 프로젝트(정유공장 건설등) 설비투자 수입, WTO 가입에 따른 관세율 인하, 급속한 성장에 따른 고급소비재 수요 증가 등인 것으로 분석된다.

2007년 베트남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경제성장률 8.48%를 훨씬 초과하는 12.6%를 기록한 바 있으며, 올 4개월말 까지만 해도 전년동기대비 21.4%가 상승한 바 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인플레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예금 지급준비율 인상(11%), 기준 금리 인상( 12%), 달러대출 금지, 각 은행별로 정관자본금(자기자본)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의 재무부 발행 채권 강제매입조치 등의 강력한 통화긴축정책을 펴고 있으며,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럼, 정말 베트남이 IMF 관리체제로 들어갈 것인가?

베트남의 주요 외환소스를 무역, 외국인투자, 해외원조, 해외교포 송금이라고 할 때, 베트남의 2008년 외환보유액을 추정해 보면,

무역수지 -300억불(4월까지 무역적자 감안), 외국인투자 실행액 88억불(전년도 신규투자유치액 178억불X올 4월까지 투자증가율 41.4%X누계기준 평균 투자실행액 35%), 해외원조액 54억불(지난해 12월 개최된 공여국 회의 결과), 해외교포 송금분 66억불(전년도 해외송금액 55억불X5년 평균 증가율 20.8%)로 단순 계산하면 약 92억불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베트남의 외환보유고가 얼마냐는 점이 문제인데, 베트남은 공식적으로 외환보유고를 발표하지 않는다. 다만 2007년 11월에 개최된 국가 재무컨퍼런스(National Financial Conference)에서 2007년 11월 기준 외환보유고가 200억불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수치가 아직도 유효한 수치라면, 20억불 정도로 추정되는 단기외채 및 베트남 주식시장 외국인 보유 추정액 30억불 전체가 국외로 이탈한다 하더라도 외환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베트남 경제가 위기인 것은 사실이나 동 보고서대로 단기간에 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기업들의 상황을 보면, 현지 금융을 활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신규대출 제한, 기존대출 회수 압력, 이자율 상승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가의 기록적인 상승으로 인한 급격한 임금인상에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비용증가에 금융비용 상승의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금리의 현지대출을 지양하고 자기자본을 이용토록해야 할 것이며, 추가 자금이 필요한 경우는 한국 모기업에서 투자자본금을 증액해 송금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위기는 곧 기회일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투자환경이 급격히 개선될 수 있으며, 달러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출기업의 경우 환차익 등의 수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 및 환율 불안에 따라 투자 안정성이 감소될 수는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해 우량 기업 인수를 통한 투자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내수시장 진출목적의 투자기업의 경우 경기악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있을 수 있으며, 부동산 투자의 경우 베트남 정부의 엄격한 대출규제로 지난 2월 이후 부동산 가격이 15~20% 이상 하락한 바 있고, 계속되는 정부의 강력한 인플레 억제 정책으로 인해 자산가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