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IMF라는 말에 너무 주눅들지 마라"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5.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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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송학 우리투자증권 호치민 소장

임송학 우리투자증권 (14,200원 ▲120 +0.85%) 호치민 사무소장은 20일 "지금 베트남은 자산버블의 급격한 해소가 진행중이고 머지않아 최적의 투자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머니투데이와 이틀간에 걸친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경제가 지나친 투자와 소비로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외환위기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위기를 기회삼아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트남과 관련한 많은 '가지치기'를 막기 위해 임 소장이 긴급히 반나절 넘게 걸쳐 작성한 보고서의 원문을 형식만 다소 바꿔 게재한다.)

-다이와증권의 1쪽 보고서가 문제가 되고있다
"다이와증권이 내놓은 1페이지 짜리 베트남 보고서는 보고서라기 보다는 찌라시 수준의 메모다.
정작 베트남 현지에서는 다이와증권 보고서가 보도조차 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97년 IMF의 아픈 기억에 한국에서 투자된 1조원 전후의 베트남 펀드 규모 때문이 아닌가 판단된다.



보고서 내용은 단순하기 그지 없다. 물가상승률 21.4%, 무역수지 적자 연율 210억 달러(GDP 30%)를 기록했기 때문에 수개월내에 IMF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베트남 경제에 급작스런 문제가 생겼나

"세계은행 등이 베트남 경제위기를 이미 경고했다. 베트남의 경제위기 내지 외환위기와 관련한 보고서는 이번이 최초가 아니다. 3월 IMF의 버블 경고를 비롯, 세계은행 자문위원 및 베트남 중앙은행 고위관계자 등 여러 전문가가 경제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 보고서가 세상을 놀라게 한 건 'IMF'라는 용어 때문으로 보인다. 감정적인 용어의 구사보다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파악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면 베트남에 수개월내 외환위기가 올 것인가? 이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아니다(NO)'이다. 베트남이 '경제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환위기'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베트남 외환위기인가.

"경제위기이지 외환위기는 아니다. 사실 베트남 경제는 여건상 외환위기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1997년에 일어난 아시아 금융 위기의 원인을 현재의 베트남에도 그 징조를 볼 수 있다면서 그 4개의 항목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 번째, 증권시장의 발전이 진행되고 있지만 불량채권이 많은 대형 상업은행에 의해서 금융시스템이 지배되고 있다는 것. 더구나 모기지 시장이 비대해진 상황에서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점도 상업은행의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두 번째는, 투자 비율이 너무 높아 지고 있는데(GDP의 40%), 한계자본생산 비율이 4.4배(ICOR계수; 베트남의 성장 1을 달성하는데, 투자 4.4가 필요)에 이르고 있어 투자가 비효율적이라는 것. 현재의 베트남과 같은 발전도상 단계의 아시아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아시아 지역의 평균 ICOR은 약 3).

세 번째는, 자금투입부문으로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거액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이나 증권시장에 투입되어 버블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 2004년-2007년 중 해외자본 순유입액이 GDP의 39%에 달했는데 생산적인 투자기회의 제한으로 주식시장 및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버블을 야기시킨 것. 이로 인해 부동산이 세계최대 속도로 상승하고 주가가 2년 만에 4배로 치솟는 원인이 됐다.



네 번째는, 무역적자가 급속히 증가해 환율의 변동이 불안정한 점. 금년 첫 4개월간 무역수지가 11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수입이 71%나 급증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렇게 적자폭이 커진 배경에는 올해 말 최초의 정유시설 가동을 앞둔 원유비축과 쌀 수출 제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자산버블의 영향으로 사치수요가 증가한데다 자동차 관련세율 인상에 대비해 미리 당겨 수입을 늘리면서 자동차 수입이 333% 증가한 점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위기가 아닌 근거는 무엇인가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
보통 1997년의 아시아 금융 위기를 발생시킨 요인으로 10가지 요인을 든다. 이중 베트남의 경우 이미 8개의 요인이 해당된다고 한다.



무역적자, 자산 버블, 큰 외화 부채, ICOR 과다, 비효율적인 공적투자, 은행 시스템의 관리 부족, 과다한 불량 채권, 그룹내부에 대한 대출 등 8가지는 이미 베트남의 경우 해당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외환위기의 기본적인 여건은 성숙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 해외부채와 외환시장의 자유화라는 2개의 항목이 들어맞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와 관련한 이 두가지 결정적 고리가 두가지 부분이 결정적으로 외환위기만은 막아 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단기 금리가 최고 43%를 기록하고 지금도 20%를 넘나드는 가운데 주가가 최고 대비 60% 이상 하락하고 부동산 가격이 20-30% 하락한 상황은 누가 봐도 경제위기라고 볼 수 있다. 이미 경제위기 상황의 한가운데에 베트남경제는 처해 있다.



-외환위기를 최종적으로 피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결국 베트남 정책당국이 경제위기를 풀어갈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베트남 금융당국은 연초 이후 금리의 두차례 인상, 20조 베트남동(약 1조2000억원)의 통안증권 일시 발행으로 상징되는 초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5월 19일 베트남 중앙은행은 프라임금리를 8.75%에서 12%로, 재할인율도 6%에서 11%로 대폭 인상했다. 또한 예금금리 상한도 종전 12%에서 18%로 인상했다. 2차 초긴축정책으로 발동이다.



이는 경기가 위축되고 자산시장이 침체를 보이더라도 수입억제를 통한 무역수지적자 축소와 은행권으로의 자금유입을 통한 자금시장 정상화를 동시에 도모하는 강력한 조치(한국 외환위기시 고금리 정책에 비유)로 풀이된다.

-그래도 베트남 펀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베트남 당국은 핫머니 유입을 막기 위해 완만한 베트남통화 평가절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달러화 부족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달러화대출도 금지시켰다.

외환시장 자유화 정도가 약해 단기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작은 가운데 그나마 있는 외환위험도 제거하려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직접 투자자금 유입이 둔화되고 해외교포의 자금송금이 멈추는 가운데 국제수지적자가 현 상태를 지속한다면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져 중기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있다.



또 베트남의 단기 외채비중이 현재 9%에 불과해 아시아 외환위기시 한국의 50%-300%에 비해서 아직은 아주 낮다는 점에서 단기 위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이와증권 보고서의 IMF진단이 설령 중장기적으로 타당성이 있다 하더라도 수개월내 베트남에 IMF사태가 온다는 건 '주장'에 가깝다.

외부적으로 보면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은행들의 단기자금 대출이 급격히 회수되면서 외환위기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으나 현재는 일본계 은행들의 움직임에서 이러한 징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베트남의 외환위기를 거론하는 것은 성급한 진단이라는 생각이다.

또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외국인의 의한 대량주식매도가 있었으나 베트남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고 오히려 급락에 따른 바겐헌팅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다."



-다이와증권 보고서의 음모설이 있는데...

" 다이와증권의 리포트를 음모론 측면에서 보는 시각도 없지않다. 다이와증권의 기요타 아키라(淸田 瞭) 부회장은 지난 4월 초 베트남 최대증권사인 사이공증권의 지분 보유 확대를 공언한 바 있다.
연일 계속되는 사이공증권 주가의 하한가 사태와 맞물려 의심 어린 눈으로 다이와증권 보고서를 보는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투자해야하는가
"베트남의 위기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베트남 경제는 위기를 겪고 있고 증시는 극도의 침체를 겪고 있다. 베트남 증시는 펀더멘털보다는 은행의 담보대출 주식 매각 등 수급 문제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가 최고치 대비 60% 이상 하락하고 사이공증권 등 일부 종목은 80% 이상 하락하면서 시장 PER수준이 11배 전후까지 하락했다. 오히려 역버블 현상마저 나타나는 분위기다.



현재 베트남은 위기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향후 물가상승률이 다소 완화되고 무역수지가 잡히는 조짐이 보이면 베트남 증시는 극도의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초긴축 정책의 여파로 자산버블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베트남, 투자의 적기(適期)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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