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물가폭등, 국민성도 한몫?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5.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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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한 경제-카스테라]

지난 8일 오후,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과 휴양지 붕타우를 잇는 도로변. 한 여인이 현지에서 '과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망고스틴'(사진)을 팔고 있었다. 이 여인은 "10개 한 묶음에 8만동(베트남의 화폐단위)"이라고 했다. 미화로 5달러, 원화로 5000원쯤 된다. 현지 시세로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다.

베트남 물가폭등, 국민성도 한몫?


한 묶음을 산 뒤 "오늘 나 외에 얼마나 더 팔았느냐"고 묻자 "하나도 못 팔았다"고 했다. 비싸게 파니 당연한 일이다. 사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국기업 현지사무소 직원들은 "베트남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다"고 전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웬만해선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요즘 호치민 시내의 웬만한 아파트 임대료는 월 1000∼2000달러에 이른다. 이상한 점은 위치가 나빠 찾는 사람이 없어도 임대료는 낮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년내내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아파트도 있다. 그래도 집 주인은 임대료를 낮추려 하지 않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인건비도 좀체 양보하지 않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 달에 100달러 받고 일을 하다 일거리가 줄어 월급을 80달러로 낮추겠다고 하면 아예 그만둬 버린다.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월급이 깎이느니 차라리 그냥 쉰다.



지난 4월 베트남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1.4% 폭등했다. 국제 곡물가 상승에 따른 식료품 가격 급등, 유가 상승, 해외 투자자들 유입에 다른 임대료 상승 등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베트남의 물가급등 이면에는 망고스탠과 아파트 임대에서 엿볼 수 있듯 가격에 집착하는 국민성도 일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베트남인의 국민성은 또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끼 굶더라도 옷은 제대로 사 입으려 한다. 길거리를 다녀보면 1인당 국민소득(835달러)에 비해 베트남 사람들의 옷차림은 상당히 세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결혼 파티도 3번 한다. 신부 집에서 한번, 신랑 집에서 한번, 호텔 등에서 한번. 중산층인데도 결혼 파티를 위해 호텔을 빌려 2000달러 가까이 쓴다. 이는 평균 국민소득의 2∼3배에 달하는 돈이다.


아오자이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아가씨는 더 이상 호치민에 없다. 오토바이의 물결이 도로를 가득 메운 지 오래다. 그 속을 토요타 택시가 달리고 이따금 20만달러가 넘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같은 고급 승용차가 지나간다.

호치민 현지사무소에 근무하는 한국 기업의 한 관계자는 "돈에 집착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국민성이 베트남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며 "베트남의 이런 국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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