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대우조선M&A '포스코 vs 오너기업'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05.0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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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 인수전이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포스코 (375,000원 ▼500 -0.13%), GS (44,800원 ▲400 +0.90%)그룹, 두산 (164,900원 ▲1,600 +0.98%)그룹, 한화 (29,650원 ▲250 +0.85%)그룹 등이 사실상의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물밑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인수전 와중에 관심을 끄는 것은 유력 후보 중 하나인 포스코의 행보다. 풍부한 자금 여력, '반듯한' 기업 이미지 등으로 일찌감치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인수전 준비 속도는 가장 더뎌 보인다.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그렇다.



본격적인 TF팀이 가동되지 않고 있고 담당 실무자 정도만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을 진두지휘할 사령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부사장급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윤석만 사장이 직접 지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다른 경쟁후보들의 행보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그룹 오너가 공개적으로 인수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기도 하고, 수년전부터 대우조선 인수를 목표로 태스코포스(TF)를 운영해온 그룹도 있다. 명분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논리 개발에도도 훨씬 적극적이다.



이런 차이는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은 것 같다. GS그룹, 두산그룹, 한화그룹 등이 확실한 오너가 있는 반면 포스코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중요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

포스코도 경영진 차원의 인수 의지가 확실한 만큼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거쳐야할 과정이 남아 있는 셈이다. TF 구성 등 공식적이고 본격적인 준비도 이사회의 최종 결정 후에 가능해 보인다. 내부적인 준비 상황이야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거추장스러운 것이 많을 수 밖에 없다.

M&A는 통상적으로 치밀한 사전 준비와 과단성 있는 베팅에서 승부가 가려진다. 이런 점에서 오너를 정점으로 한 강력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유리할 수 있다.


포스코가 그동안 세계 철강업계의 대형 M&A와 생산 설비 증설 등에 소극적이었다고 보는 이들도 이런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물론 모든 원인을 지배구조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독단적인 의사 결정 구조보다 이사회 중심의 균형감있는 리더십이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M&A가 갈수록 중요한 기업활동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재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우조선 인수전은 포스코에 또다른 의미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포스코가 강력한 오너십으로 무장한 경쟁자들과의 승부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대우조선 인수전을 바라보는 또하나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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