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칼럼]대유행 독감의 재앙

우규진 목암생명공학연구소 백신팀장 2008.04.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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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칼럼]대유행 독감의 재앙


요즘 신문을 통해서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는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다.

많은 사람들은 수많은 닭과 오리가 폐사되고 주변 농장의 가축들이 살(殺)처분 되는 보도를 보면서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에게만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류 인플루엔자는 치사율 63%의 인체감염증이다. 자칫하면 1918년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과 같은 대유행 인플루엔자(판데믹)의 예고편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고위험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형)는 조류에서 조류로만 전염되고, 감염된 조류를 직접적으로 접촉한 일부 사람들만 감염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의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겨 바이러스가 유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끊임없는 유전자 변이를 통해 인체 내 면역반응을 피해 나갈 수 있는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세계의 모든 보건기관과 보건 전문가들은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언젠가 어느 형태로든지 발병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5월 인체감염 발생 위험도에 따른 6단계의 대유행(판데믹)단계를 발표하고, 회원국에게 이 단계를 기준으로 대유행에 대비한 계획과 관리 목표를 작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의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이에 대한 대비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세기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자료 분석과 계속적인 변이의 관찰을 통해 대유행 바이러스의 형태(type)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예측한 바이러스는 역유전자(Reverse genetics)기술을 토대로 인위적인 바이러스 만들 수 있으며, 백신 제조 기술을 통해 미리 대량으로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제약회사에서 대유행을 대비해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일부 선진국의 이 백신을 국가 전략차원에서 비축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대유행 발생 이후에는 유행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만이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하지만 신종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면 지구상의 모든 계절 독감백신 생산시설을 신종인플루엔자 대비 백신 생산체계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백신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된다.

특히 계절 독감백신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상태에서는 백신 전량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진국으로부터 백신을 수입하기를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녹십자 (111,900원 ▲800 +0.72%)가 전남 화순에 대규모 백신 생산시설을 공사 중이며 자체기술로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대유행 인플루엔자의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개발된 백신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대유행 인플루엔자의 발생을 기다려야 하는 제약회사의 모순 때문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대유행이 돼야 제약회사는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이는 제약회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니다. 제약사는 대유행이 났을 경우에 대비해 준비를 하는 초병의 심정으로 예방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만 초병이 인플루엔자에 대해 철통 같은 방어태세를 갖출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다.

인류 전체에 미치는 파괴력을 생각할 때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대유행 인플루엔자의 예방을 위해 우리나라도 국가 전략차원에서 민간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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