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쇄신안 나오기까지..3월초 퇴진 결심

오동희 기자, 김진형 기자 2008.04.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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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직접 구술..이재용 전무 해외 파견 자처 후문

삼성 그룹이 22일 이건희 회장 퇴진을 포함한 쇄신안을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된 2월 28일 이후 퇴진을 결심했고, 이번 쇄신안의 성명서도 직접 구술, 이를 비서팀이 받아 적어 이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은 이날 삼성 본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의 퇴진 결심과 관련 "지난 3월 초 이 회장이 퇴진의사를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이 시점은 이재용 전무가 처음 특검에 소환된 직후로 이 회장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이후 경영체제 및 경영진 쇄신에 대한 고민 과정에 들어갔고, 지난 4월 4일 1차 소환에 이어 11일 2차 소환을 끝낸 후 "저를 포함한 경영진 쇄신을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밝혀 퇴진을 암시했다.

하지만 이 회장 발언 직후 삼성 그룹 측은 '저를 포함한 경영진 쇄신'의 의미가 이 회장 퇴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결국 11일만에 이는 사실이 됐다.



이 회장은 지난 열흘간 경영쇄신 방안에 대한 심사숙고한 후 특검의 발표가 끝나고 최종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측은 쇄신안이 발표되기 하루전인 21일에만 해도 "내일 누가 발표할지, 언제 발표할지 등에 대해 속시원하게 얘기하겠다"며 보안에 나섰고 하루만에 쇄신안이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삼성 그룹 측도 핵심인력 몇명 외에는 21일 저녁에 분위기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 그룹이 이날 전사업장에 이 회장의 발표를 생중계하기로 함에 따라 방송망 임대 등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분위기가 일부 전해 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전국사업장을 연결하는 방송망을 확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녹화중계가 아닌 전국 생중계를 위해 방송망의 일부 임대가 필요했고 이런 이유로 22일 쇄신안 발표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게 삼성 내부의 설명이다.

또 이날 발표된 쇄신안 내용 중 이재용 전무의 해외 파견은 이 전무 본인의 의사가 적극 반영됐다는 게 삼성 내부의 소리다. 이 전무도 이번 논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현장 경험을 더 해야겠다는 뜻을 이 회장에게 전했고 이를 이 회장이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전무가 피치못한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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