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버릴 수 있는 모든 것 버렸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4.2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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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쇄신안에 대해 경제계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 그룹이 내놓을 수 있는 최강의 쇄신안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해외 파견, 전략기획실의 해체, 주요 사장단의 사퇴, 차명계좌 자금의 사회환원 등이었다. 재계에서는 이 쇄신안이 최강의 시나리오이지만 삼성그룹이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최강의 시나리오를 뛰어넘는 쇄신안이 나왔다.

이 회장은 지난 1987년 선대 이병철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그해 12월1일 회장직을 맡았다. 이후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회장 취임 20주년을 앞두고 터진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그룹 법무팀장)의 비자금 폭로로 시작된 삼성 특검으로 20년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됐다. 이병철 회장이 50년, 이건희 회장이 20년을 이끌어왔으나 이번 이 회장의 퇴진 선언으로 삼성 그룹은 '선장'을 잃은 셈이다.

삼성은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부인인 홍라희 리움관장도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고, 이 전무도 삼성전자의 핵심현업에서 물러나 '더 배우라'는 쪽을 선택했다. 또한 삼성이 그동안 특검으로 논란이 됐던 차명계좌의 세금을 납부한 후 남은 돈은 좋은 곳에 쓰겠다고 밝혀, 사실상 차명계좌의 모든 돈을 사회로 환원하는 데 무게 중심을 뒀다.



이 밖에도 그동안 삼성이 추진해왔던 은행업을 향후 하지 않기로 했으며, 삼성의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던 순환출자의 고리도 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은 오는 7월부터 해체키로 했으며, 그 중심에 있던 이학수 실장과 김인주 사장도 쇄신안의 실행이 마무리되는 대로 일선에서 퇴진키로 하는 등 사실상 삼성은 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버린 셈이다.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을 해체키로 함에 따라 향후 삼성 그룹의 경영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9개 계열사를 총괄하는 이 회장이라는 삼성의 '정신적 지주'를 잃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회장의 뜻을 계열사에 전달하던 전략기획실에 해체됨으로써 삼성 그룹은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사장단 회의를 통해 삼성 그룹 경영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각 계열사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이를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이 회장의 공백과 전략기획실의 부재가 삼성 그룹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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