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열기는 높은데 실력은 의문?

최중혁 정현수 기자 2008.04.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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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개원을 앞두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에 대한 환상 또한 그 만큼 커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서울대 첫 입학설명회...'후끈' = 서울대학교는 21일 오후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25개 예비인가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로스쿨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학부모와 학생 등 500여명이 대거 몰려 로스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좌석이 꽉 차 일부 학생들은 복도에 앉아 설명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서울대는 입학전형과 교육과정, 교수진과 학생복지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지려 했지만 참석자들은 대학측에서 준비한 내용 외에 세세한 내용까지 질문공세를 폈다.



법학적성시험(LEET)의 세부 반영 비율을 묻는 질문에 서울대측은 "배점은 정해져 있지만 적성시험을 아직까지 치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환산 비율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이 밖에도 수십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복수전공 문제 등 담당 교수들에게 질문을 쏟아내며 입학설명회 자리의 열기를 높였다.

이같은 열기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로스쿨 관련 학원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로스쿨 입시에서 새롭게 반영되는 법학적성시험(LEET)이나 논술, 구술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신림동 고시원으로 대변되던 사법고시생들도 최근 강남 등의 로스쿨 전문 학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 "로스쿨 취직 보장 환상은 금물" = 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로스쿨을 운영해야 하는 대학들은 고민이 많다.



연간 1000만원~2000만원의 높은 등록금을 내고 어렵게 로스쿨을 졸업해도 나이 많은 비법학 전공자들의 경우 취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법과대 학부존치와 로스쿨 도입을 두고 한창 고민 중인 고려대 법과대학은 지난달 25일 변호사 최대 수요자인 대형 로펌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응답한 16개 로펌 중 10개사가 '로스쿨 출신보다 사법고시 출신을 선호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법연수원 과정도 없이 로스쿨에서 3년만 배워서는 법조인으로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더군다나 전체 졸업자 가운데 비법학 전공자가 1/3이나 배출돼 의심의 눈초리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서울대 입학설명회에서 한 학생은 "일부 로펌에서 사법고시 출신들을 선호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로스쿨 출신이 손해보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서울대 법대측은 "사법고시나 로스쿨이나 성적만 우수하면 로펌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추측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설문조사를 주도한 최영홍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상위 20개 로펌의 경우 정원을 줄이려고만 하는 변호사 단체들보다 비교적 객관적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로스쿨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지 못한 것은 주의깊게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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